"부실회계감사 방지대책 회계법인 규제에 초점"
금융당국이 부실회계감사 방지대책을 내놓으면서 기업에 대해선 분식회계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청년공인회계사회는 금융위원회의 부실감사 방지대책에 대해 "분식회계의 주체인 기업에 대한 제재의 무게추는 슬그머니 빼놓고 회계투명성을 강조하는 '척' 하고 있다"고 13일 반발했다.
금융위는 지난 12일 부실감사 방지대책으로 △감사실패 발생시 회계법인 대표이사 제재 △분식회계 과징금을 위반행위별로 합산해 조치 △감사인 선임권한을 기업에서 기업 내 감사위원회로 이관 △회계법인 감사품질시스템 관리강화 등을 내놓았다.
청년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이번 규제개혁위원회 재심사를 통과한 '감사실패 발생에 따른 후속조치 수정안'에는 회계법인 대표이사에 대한 징계만이 포함돼 있고 원안에 분식회계 발생에 책임있는 기업임원의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은 삭제됐다.
감사실패 발생에 따른 후속조치 원안은 과잉규제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규개위로부터 철회권고를 받았다.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표는 "기업은 재무제표 작성의 책임자이며 회계투명성의 핵심주체"라며 "재무제표 작성에 1차적 책임이 있는 기업의 대표이사나 임원에 대한 징계강화가 우선임에도 이러한 내용들은 방지대책에서 빠져있다"고 강조했다.
이총희 대표는 "감사실패가 발생했을 경우 회계법인의 대표이사를 처벌한다는데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기업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묻는 것이 선행조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에 내리는 과징금 조치를 20억원 상한은 그대로 둔채 위반행위별로 합산하게 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총 20억원 한도 내에서 분식회계 유사동종 행위 중 위법이 가장 중한 행위 1건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부과하던데서 위반행위별로 최고 20억원의 한도 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이와관련 청년회계사회는 "대우건설 분식 처벌을 계기로 분식기업에 대한 과징금 상한을 철폐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과징금을 개별행위별로 합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개별행위의 과징금 상한 자체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기업 내 감사위원회에 감사인 선임권한을 무작정 넘겨준다고 해서 회계법인의 독립성이 저절로 강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현재는 피감인인 기업 스스로가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을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회계법인이 기업의 횡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이 일고 있다.
이총희 대표는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달리 기업 주주분산이 훨씬 더 광범위하고 기업 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강력해 기업 내 감사위원회가 기업과는 확실히 분리돼 있다"며 "이러한 기반도 마련하지 않은채 기업 내 감사위원회에 감사인을 선임하는 제도만 덩그러니 도입한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회계법인의 감사품질시스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처사라고 꼬집었다.
금융위는 회계법인에 적정 수준 이상의 감사시스템을 갖출 것을 규정하고 경영진 운영책임, 윤리적 요구사항, 업무의 수임과 유지, 모니터링 등에 대한 '품질관리기준'도 따로 마련하겠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청년회계사회는 또 "품질관리기준이 없어 회계감사 품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규정은 지켜야 효과가 있는 법인데 금융당국은 규정만 만들어 놓고 준수여부는 확인하지 않거나 봐주기로 일관해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다음달부터 수주업계 미청구공사 금액의 적정성 등 분식회계 위험이 높은 부문을 선정해 집중 테마감리를 실시할 예정이다. 테마감리 항목에는 수주업계 미청구공사 금액의 적정성, 한계기업 등의 영업현금 흐름 공시 적정성, 유동·비유동 분류의 적정성 등이 포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