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가 일부 국가에서 특정한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법인세에 부가세(sur-tax)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치권 중심으로 불거진 법인세율 인상 논쟁에 대한 대안책을 제시했다.
13일 국회 예산정책처(NABO)는 최근 발표한 '조세의 이해와 쟁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벨기에 등 4개국은 법인세에 부가세 형태로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목적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목적세는 특정한 재원 마련을 마련한다는 목적 하에 기준 세목의 세액을 과세베이스로 해서 부과하는 세금인데, 우리나라의 구(舊) 방위세를 비롯해 현재의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가 이에 해당한다.
예정처가 해외 사례까지 제시하며 목적세를 꺼내는 데는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상을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예정처는 이 보고서를 통해 "독일은 통일재원과 관련해 법인세와 소득세의 부가세로서 '연대세'를 부과하고 있고, 일본은 2011년 대지진 복구를 위해 2012~2014년까지 10%의 '특별부흥세'를 부과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법인세 인상 논쟁은 감세정책에 따른 낙수효과의 부재를 비롯해 재정건전성 악화와도 결부되어 있다.
2008년 감세정책으로 인해 법인세 과표 1억원 기준 13%·25%의 세율구조를 2억원 기준으로 올리고, 2011년 세법개정에서 200억원 기준 중간구간을 신설해 과표구간별 법인세율을 10%·20%·22%로 각각 3%p, 5%p, 3%p씩 내렸다.
이 같은 조치로 투자와 고용 효과가 늘어나는 등의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법인감세를 통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없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2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이낙연 의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2010년 취업계수가 1.2로 전체 제조업 평균(1.5)을 하회했다. 쉽게 말해 재벌기업의 고용창출효과가 미미했다는 소리다.
특히 야권에서는 세입기반이 항구적으로 잠식되는 등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이를 회복시키기 위해 법인세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다.
2008년 법인세율 인하 이후 법인세 징수액은 2008년 39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45조원으로 매년 약 2.0% 증가하는데 반해, 법인세 이외 국세는 4.4%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우리나라와 무역경쟁 관계인 국가의 낮은 법인세율, OECD 국가 간 법인세율 인하 경쟁 등을 근거로 들며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맞서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법인세율 인상보다는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해 실효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제시되고 있다.
예정처는 "글로벌 조세경쟁 등으로 법인세율 인상이 쉽지 않고 최저한세율 인상이 2년 연속 이루어져 추가 인상이 제한적"이라면서도 "담세력(조세부담능력)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세수 확보 방안 논의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