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가산세율 인하 등 147건 세제개선안 건의
재계를 중심으로 세금 불성실 신고·납부에 따라 부과되는 가산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세금을 과소납부 했을 때 부과되는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은 14년 동안 '요지부동' 상태인데 반해 과다납부한 세금을 납세자에게 돌려주는 국세환급가산금의 이자율은 예금이자율과 연동, 매년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 11% 수준의 가산세율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14일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는 납부불성실가산세율 인하 등의 내용을 담은 '2016년 기업 조세환경 개선과제 건의문'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대한상의는 혁신역량 강화, 원활한 사업재편 지원, 성실납세문화 확산, 조세제도 합리화, 사회공헌활동 촉진 등 총 147건의 건의안을 내놓으면서 "저성장 추세를 감안해 조세정책에서도 산업경쟁력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건의안을 통해 납부불성실가산세 체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납부불성실가산세는 패널티 성격 뿐 만 아니라 이자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다"며 "금리가 큰 폭으로 인하됐음에도 불성실가산세는 14년째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납부불성실 가산세율은 2003년 '1일 1만분의 5'에서 '1만분의 3' 수준으로 낮아진 이래 14년 동안 연 11% 수준(10.95%)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환급가산금 이율(연 1.8%)은 매년 금리 상황을 반영해 조정하고 있다.
둘 사이의 격차는 2003년 2.5배에서 올해 6.1배까지 벌어졌다.
대한상의는 이에 "부정행위 유무에 따라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을 이원화하고 단순착오나 오류 등 부정행위가 없는 경우 저금리를 반영해 가산세율을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
전문가들도 가산세 제도가 불합리하고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5월 조세일보 주최로 열린 '가산세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박윤준 선진회계법인 고문(前 국세청 차장)은 "현행 가산세 체계는 납세자가 무신고, 과소신고를 했을 경우 본인 스스로 시정할 유인책이 미약하다"며 자발적 기한 후 신고에 대한 가산세 배제 등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법무법인 율촌 김동수 변호사도 "유형별로 차등의 가산세율을 적용한다면 과세단계에서 합리적 가산세액 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대한상의는 성실납세문화를 확산한다는 차원에서 경정청구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상의는 "기업이 세무서에 법인세 경정을 청구하고 세무서에서 이를 수용하면 세무서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지하도록 해, 납세자가 별도로 신청하지 않아도 지방소득세 환급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 중요…지식재산 거래에 세제지원 확대"
특허권 등 지식재산의 이전과 취득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안도 제안했다. 세계적으로 기술혁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부로부터 지식과 기술을 도입해 R&D의 효율성을 높이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상의는 "조세특례제한법상 '기술이전 및 기술취득에 대한 과세특례' 제도가 있지만 대상 범위가 한정적이어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지원 대상을 확대해 기업이 효율적으로 혁신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조세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중소기업과 매출액 3000만원 미만 중견기업에 한해 특허권 등 기술이전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50% 감면하고 있으며, 기술 취득의 경우 취득 주체가 중소기업인 경우에만 7%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대한상의는 건의서를 통해 "세제지원 대상 기술이전 및 주체를 전체 기업으로 확대하되, 기업 규모별로 지원 수준을 차등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이 지식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특허박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도 특허박스 제도 도입을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사업재편 세제지원 확대…국세·지방세 세무조사권한 국세청 일원화"
대한상의는 합병·분할 등으로 취득한 자산에 대해 취득세 감면 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원활한 사업재편을 위한 세제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일정 요건을 갖춘 합병, 분할 등에 대해 취득세가 100% 면제됐으나,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취득세 감면 폭이 85%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100% 자회사와의 합병이나 적격물적분할 등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실질적으로 이전되지 않은 경우에도 취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대한상의는 "부실화 차단 및 경쟁력 제고를 위해 선제적 사업재편이 시급한 상황인 만큼 취득세 감면 폭을 과거와 같이 100%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 대한 세무조사권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부터 법인뿐만 아니라 560만 개인사업자까지 하나의 과세표준에 대해 국세청과 지자체로부터 중복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대한상의는 "국세와 지방소득세 과세표준이 동일하므로 세무조사권은 국세청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우리나라처럼 국세와 지방세 간 과세표준을 공유하고 있는 일본, 캐나다, 독일 등의 나라는 세무조사권을 국세청에 일원화하고 있는 상태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대외리스크 증가,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등 경제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국의 중장기 성장잠재력에 대한 국제적 평가는 높은 편"이라며 "기업들이 잠재된 성장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세법개정에 기업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달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