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기업 사내유보금 322조원, 7년 동안 2.6배 증가
현금보유와 토지건물ㆍ관계회사 주식 매입에 많이 사용
국내 5대기업들은 지난 7년 동안 사내유보금이 2.6배 증가해 300조원을 넘어 섰지만 벌어들인 돈을 기계장치와 설비보다는 토지건물과 계열사주식을 매입하는 데 더 많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SK이노베이션, LG전자 등 매출액 기준 국내 5대 기업의 지난해말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의 합계, 즉 사내유보금은 322조원으로 2008년 123조원 이후 2015년까지 199조원이 늘어나 7년만에 2.6배 증가했다.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로 190조원이다. 이어서 현대자동차가 64조원, 포스코가 42조원으로 조사됐다. SK이노베이션과 LG전자는 각각 15조원과 12조원으로 나타나 5대기업 안에서도 사내유보금 규모가 큰 차이를 보였다.
사내유보금이 이 기간동안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현대자동차로 7년만에 3.6배가 증가했고, 삼성전자는 3.1배 증가했다. 나머지 회사들은 1~2배 정도 증가해 증가세도 규모가 큰 회사가 더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내유보금 중 자본잉여금을 제외한 이익잉여금만 보면 SK이노베이션이 9986억원이었던 이익잉여금이 9조4496억원으로 9.5배가 늘어 나 10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5대기업 최근 7년 사내유보금 증가 현황 (단위: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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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
2015년 |
증가 | |
|
삼성전자 |
62 |
190 |
128 |
|
현대차 |
18 |
64 |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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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
30 |
42 |
12 |
|
SK이노베이션 |
7 |
15 |
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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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
7 |
12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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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
123 |
322 |
199 |
자료 : 각사 해당년도 연결감사보고서
■ 자산증가액...현금>토지건물>투자자산>기계장치 順
회사들이 이 기간동안 새로 벌어들인 199조원의 사내유보금은 현금과 단기금융상품, 매도가능한 주식 등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형태로 72조원을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토지, 건물, 계열사 주식, 기계장치, 설비 등을 매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이 직접 투입되지 않은 매출채권 등 영업자산과 영업권 등 무형자산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이 이 기간동안 증가한 내역을 보면 현금이 72조원 늘었고, 토지건물이 29조원, 투자자산이 24조원, 기계설비가 23조원 늘어났다.
같은기간 차입금은 60조원밖에 늘어나지 않아 이들 자산의 증가는 대부분 사내유보금으로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5대기업 최근 7년 주요자산 증가액 (단위:조원)
* 영업자산과 무형자산 제외 자료 : 각사 해당년도 연결감사보고서
현금보유를 제외하면 토지와 건물 매입에 가장 많은 돈을 썼는데 토지와 건물의 경우 건물의 감가상각을 반영한 수치이기때문에 순매입금액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그 다음으로 많이 증가한 투자자산은 대부분이 계열사나 지배회사 주식의 증가로 5대기업은 지난 7년 동안 계열사 확장과 지배력 강화에 많은 돈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산과 비슷한 규모지만 기계장치, 설비, 구축물 등에는 다른 곳보다 적은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기계장치와 설비, 구축물도 감가상각 등을 제외한 장부가액이기때문에 실제로 투입된 금액은 23조원 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투자는 안하고 재산만 불렸다" vs "생산시설 투자다"
대기업이 벌어들인 돈을 기계장치 등 생산시설보다 부동산이나 계열사주식 매입에 많이 쓴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시설투자를 통해 경제발전이나 고용증대에 공헌을 하지 않고 재산불리기만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는 "기계설비가 늘어 난 것도 대기업은 시설대출 조건이 좋아 대부분은 차입을 통해 조달했을 거고 사내유보금 처럼 금융비용이 없는 돈으로는 부동산과 주식 매입에 많이 썼을 것"이라며 "자영업, 중소기업이 적자가 쌓여 갈 때 대기업들이 2~3배나 이익을 냈으면 경제를 살리는데 투자를 했어야 했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토지건물, 계열사 주식매입도 모두가 생산증대를 위한 행위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 관계자는 "부동산이 늘어난 것은 과거와 같이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아니라 공장확장이나 사옥건설 등 생산확대를 위한 시설투자가 대부분"이라며 "관계회사 주식투자도 신규사업을 위한 계열사 설립이기 때문에 사실상 사내유보금 대부분이 생산확대를 위한 투자에 쓰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법인세 인상, 기업소득환류세 도입 등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사내유보금의 내용이 어떻든 대기업이 우리경제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국민들의 바램이 나타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