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대학교 병원장 선임에 대해 말이 많다. 서울대 병원장으로서 맡은 역할에 대한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로 한국 의료계 치과계를 이끌어 가는 국민병원으로서의 정책리더이고, 두 번째로 대학병원으로서 부속병원이 없는 현 실정에서 교육병원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며, 세 번째로 적자법인이 아닌 흑자경영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 리더 선출이란 관점에서 선임해야 한다.
즉, 국민을 위한, 교수 사회의 대학병원, 교육병원의 수장을 선출하는 일이다. 경영 정상화만 고려한다면 외부 전문 경영인이 더 적합할 수도 있지만, 국민병원과 교육병원 역할을 고려하면 의료계 혹은 치과계 교수들이 더 적임자일수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의 병원장은 모두 의료계, 치과계 교수로서 선임돼 왔다.
문제는 선출이 아니라 선임이라는 점이다. 서울대 병원장 선임은 이사회에서 결정해 교육부 장관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사회는 서울대 총장, 학장, 교육부‧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차관 3명, 사외이사 2명, 의대병원장, 치대병원장 등 9명으로 이뤄지고, 현 병원장이 연임을 신청한 경우에는 8명의 투표로 결정한다.
따라서 병원장이 되기 위해서는 총장의 지지와 정부지지가 중요하고, 이는 임명권자와의 교감과도 연결될 것이란 추측을 하게 한다. 최종 임명권자가 청와대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청와대 관련 연결자가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서울대 의대‧치대 병원장 절차가 법규에 따라 이러하니, 이대로 하면 문제 될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동안의 역사를 살펴보면 속된 표현으로 빽(든든한 배경) 있는 자 만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병원장 출마는 자유이나, 기본적으로 빽 있는 자 만이 출마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대 교수 정도면 누구나 병원장 할 수 있는 자질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대학 사회의 한 수장인데도 구성원의 의사 반영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구성원의 의사 반영은 고사하고, 후보자들의 정책 발표도 들을 수 없는 시스템이다.
구성원과는 전혀 관계없는 그들만의 전쟁이기에 어느 후보가 어떤 정책으로 병원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해 구성원인 교수와 직원들은 알지 못한다.
출마자들은 책 한권에 가까운 병원 운영 정책 계획서를 이사회에 제출한다. 하지만 그 내용은 이사회 9명만 알 뿐이지, 병원 구성원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니 정작 좋은 정책으로 병원장이 됐다 하더라도 그 병원장이 제출한 병원 운영 정책 계획서대로 운영하는지도 잘 모른다.
일단 병원장이 되면 연임을 위한 지속적인 상향식 눈길이 구성원의 요구보다 앞섰던 것 같다.
학장은 선거에 의해 선출되니 구성원 교수들의 요구를 신경 쓸 수밖에 없지만, 병원장은 구성원 교수들의 건의 요구보다는 상향식 눈길에만 신경 쓰는 실정이었다. 그러다 보니 임상교수회의에서 나오는 건의 사항은 한 낱 건의에 불과할 뿐이다.
건의가 거절되면 논리적으로 다시 건의하겠지만 굳이 거절하지 않고 고려해 보겠다는 말로 임기 말까지 질질 끌어도 어찌할 수가 없다. 그러니 교수입장에서는 자연 창조적인 건의도 할 생각이 안 들고 임상교수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게 돼 회의도 병원 보직자들만의 모임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구성원의 비 참여 상황에서 어찌 적자를 깨고, 세계를 리드하는 국민병원이 되고, 교육을 참신하게 하는 교육병원이 될 수 있겠는가?
모든 건 사람에 달려있고 운영의 묘다. 학장 선거도 과열된다고 하여 이제는 추천형식을 밟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정견을 듣고 교수 구성원의 지지를 받은 자를 대학본부에 추천하는 형식으로 결정한다.
병원장도 같은 맥락으로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병원장의 정견을 듣고 구성원 교직원의 지지를 받은 자를 대학본부에 추천하면 총장 이하 이사회에서 이를 검토해 결정하면 된다.
그러면 최소한 병원 구성원들은 국민병원, 교육병원, 경영정상화에 대한 새 병원장의 정책과 포부를 알고 협조와 편달이 가능할 것이며, 적극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는 굳이 병원장 선임 내규를 바꿀 필요도 없다.
따라서 병원장 후보의 정견을 듣게 해주고, 그 정견에 대한 구성원의 의견을 묻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병원장을 선출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