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 교섭단체대표연설
정규직-비정규직 일자리 분포도 작성, 재벌 불법 세습 비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20일 심화되는 양극화를 지적하며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분배 문제를 고민해야만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양극화 해법으로 기업과 노조 모두 양보하는 '중향평준화'를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제20대 국회 본회의에서 처음 열린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저성장기조와 만연한 청년 실업, 노인 빈곤율을 언급하며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분배의 문제를 고민해야만 할 시점"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먼저 최근 서울 구의역 지하철 역에서 비정규직 청년이 스크린도어 보수공사를 하다 사망한 사고와 구조조정 기업들의 문제를 언급하며 서울 메트로와 대우조선해양의 정규직-비정규직 분포도를 작성할 뜻을 밝혔다.
구의역 사건과 관련해 국회 청문회를 통해 "서울메트로는 얼마를 벌어서 어디다 썼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각각 무슨 일을 하고 얼마를 가져가는지, 하청업체는 무슨 일을 하고, 얼마를 가져가는지 상세한 파악이 필요하다"며 "먼저 이 지도가 그려져야,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할지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구의역 사고를 낸 서울메트로, 막대한 규모의 구조조정 자금이 투입되는 대우조선해양부터 일자리 생태계 조사를 하려고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내세운 양극화 해법 차원의 중향평준화 방향과 관련,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노동개혁과 경제민주화 보완, 복지의 구조개혁, 사회적 대타협 등을 제시했다.
정 원내대표는 진보진영이 강조하는 복지향상을 통한 양극화 해법을 '상향평준화'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해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상향평준화 주장은, 하위 90%에 있는 사람들도 상위 10%처럼 대우해 주자는 것"이라며 "누군가의 양보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에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이 많은 정규직들이 우선 양보해야 한다. 이것이 '중향평준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을 강조, "'중향평준화' 원칙에 입각하여 진행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입법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노동개혁 4법은 경직된 임금체계와 인력 운영으로 인해 초래되는, 생산성 저하를 막으려는 법안들이다. 야당의 협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압박했다.
또한 대기업의 책임 경영 강화를 강조하며 "경제민주화는 '자본의 양극화'에 대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에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경제민주화가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경영권 세습의 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유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들딸 심지어 일가친척들까지 모두 경영에 나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세계경쟁에 필요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적 대타협을 언급, "이들의 역사는 사회적 대타협의 역사다. 기업과 노조가 함께 양보한 역사"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무엇보다도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더 가진 기업과 노동자들이 양보했다"고 노동개혁을 반대하고 있는 노조를 압박했다.
특히 그는 얼마 전 있었던 강남역 여성 피살 사건을 언급하며 "'불안한 사회', '분노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평범한 20대 여성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참하게 희생을 당했다"고 여성, 아동, 청소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강조했다.
이어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상습 범죄의 동기와 원인을 찾아 대책을 마련하겠다. 또한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아닌, 범죄에 대한 사전 예방기능도 강화해야 한다"며 치안시스템 강화와 관련된 예산 확보와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할 뜻을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청문회 개최에 대해서도 "사법당국의 수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에 착수하겠다"며 "무엇보다 이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생활 주변의 화학제품 전반에 대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원내대표는 "보수 정치의 본령은 책임 정치에 있다는 것이 저의 소신"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 평범한 행복을 보장해 주는 일, 모두 정치가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이다. 더 이상 우리 정치가 진실을 외면하고 표만을 위한 포퓰리즘에 휩쓸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 새누리당부터 하겠다. 통렬한 반성과 혁신을 바탕으로 책임을 다 하겠다"며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회로 거듭 나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