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보유 한도, 공익활동 지출 금액에 따라 설정"
우리나라의 공익법인들이 주식을 출연(기부)받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는 큰 세금혜택을 누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주식이 공익법인의 공익활동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익활동에 전념해야 할 민간재단이 기업 지분을 지나치게 보유할 경우 오히려 영리 활동에 과도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공익활동에 실제 기여하지 못하는 재산의 보유를 억제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우리나라의 공익법인도 세혜택을 받은 만큼 공익활동에 돈을 지출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지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부교수는 22일 "세금혜택을 부여받고 출연한 자산이 그러한 세금혜택 부여의 명분인 공익 증진에 실제 쓰이지 않는다면 사후적으로라도 세금혜택을 환수함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윤 부교수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7년도 세법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공익법인제도 개선방향(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관련 조항을 중심으로)'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 같이 언급했다.
윤 부교수는 이어 "세금혜택을 받은 금액 또는 그러한 혜택을 받은 출연 재산의 가액의 일정 비율을 반드시 공익활동에 지출하도록 하는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받은 세금혜택에 상응하는 공익활동을 하라는 것이 공익법인 세제의 핵심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관련 자산의 범위와 자산의 가액에 대한 비율 등을 검토해 의무지출의 정도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 한도를 놓고 그동안 '잡음'이 많았던 것이 사실.
현재 공익법인이 동일 내국법인이 발행한 의결권 있는 주식의 5%(성실공익재단 10%)가 넘지 않는 범위에서 출연 받으면 상속세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논문에 따르면 주식출연 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공익법인이 실제 공익활동을 수행하기보다는 세부담 없이 현재의 지배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욱 공고하게 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며 보유한도를 더 낮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주식보유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선의의 기업주나 재산가의 재산 출연을 원천적으로 매우 어렵게 하는 것"이라며 "아예 1994년 이전 수준인 20% 선으로 주식보유의 한도를 환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핵심은 공익법인의 주식보유 상한을 유지할 것인지, 상향조정할 것인지의 여부다.
윤 부교수는 "성실공익법인 또는 주식의 보유 상한이 완화되는 법인의 범위 역시 이와 같이 공익활동에 실제로 지출하는 돈의 크기나 상대적 비율에 따라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세금혜택의 크기와 공익활동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한도를 달리두자는 이야기다.
윤 부교수는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결국 세금혜택을 받은 만큼 공익활동에 실제 돈을 지출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제도적 장치 자체와 그러한 장치가 현실적으로 회피되지 않고 잘 작동되도록 하는 관리·감독 체계의 정립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