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세무서 신설에 대한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광주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5일 광산세무서 신설에 대한 건의문과 서명부를 행정자치부장관,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제출했으며, 광주시의회는 지난 1일 김옥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광산세무서 신설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최근 최현민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직접 행정자치부를 찾아 해운대세무서 신설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리는 등 이례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전상공회의소는 지난 8일 세종세무서 신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관계부처에 공식 건의문을 전달했다.
최근배 서울 은평구 의원은 지난달 개최된 제239회 임시회 개회 5분발언에서 은평세무서 신설을 주장했으며, 김재웅 서울지방국세청장 역시 은평세무서와 중랑세무서 신설을 위해 지난 1일 행자부를 찾았다.
상공인과 지방의회, 그리고 국세청까지 직접 발로 뛰며 세무서 신설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 "관할 구역이 너무 넓다"
현재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일선 세무서는 총 118개.
1999년 전까지 135개였던 일선 세무서는 IMF 외환위기 여파로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는 당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속에 99개로(1999년 제2개청) 축소됐다.
하지만 세무서 수의 감소는 납세자들의 불편호소를 발판 삼아 2004년 104개, 2006년 107개, 2012년 109개, 2013년 111개, 2014년 115개, 2015년 117개, 올해 118개로 점차 늘어가는 형국이다.
현재 세무서 신설을 주장하는 지역들 역시 납세자의 불편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다.
관할 구역이 워낙 넓다 보니 세무서를 방문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고, 막상 세무서에 도착해도 수많은 대기 인원으로 빠른 일 처리가 불가능 하다는 것.
해운대세무서 분리·신설을 촉구 받는 수영세무서는 부산 남구, 해운대구, 수영구 등 총 3개 구를 관할하고 있다. 해운대구에 따로 민원봉사실을 두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광주세무서 역시 서구, 광산구, 영광군 등을 3개 구역을 관할로 하고 있어 광산세무서를 분리·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상의는 건의문에서 "광산구에서 서광주세무서까지 30㎞, 영광군에서 서광주세무서까지 43㎞에 달해 지역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 위치한 동대문·서대문세무서도 각각 동대문구와 중랑구, 서대문구와 은평구 전체를 관할로 하고 있으며 공주세무서는 공주시와 세종특별자치시를 관할로 하고 있어 구와 시별로 세무서를 분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급격한 인구 유입, 세수 증대, 협소한 공간 등도 세무서 신설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이유다.
□ 1개 세무서가 납세자 90만명 관리…"직원 여유 공간도 없다"
◆…수영세무서 전경.
납세자들의 불편도 있지만 세무서 직원들이 겪는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90만명에 달하는 납세자를 관리해야 하는 수영세무서 직원들은 그야말로 업무가 폭증한 상황.
수영세무서 관계자는 "해운대세무서는 원래 존재했다. 하지만 1999년 9월1일자로 해운대세무서 관할구역 중 해운대구를 남부산세무서와 통합하고 수영세무서로 명칭이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영세무서는 해운대구, 남구, 수영구 3개를 관할하고 있는데 인구가 벌써 90만명이나 된다. 세무서 하나당 평균 43만명을 관리하는 데 수영세무서는 2배가 넘는 수치"라고 전했다.
이어 "직원 211명이 한곳에 몰려있다 보니 직원들도 불편하고 과장 밑에 직원들이 40명씩 있어 관리도 어렵다. 간단한 민원은 해운대민원실에서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여기(수영세무서)까지 와야한다"며 "세무서에 와도 또 기다려야 한다. 차도 많이 막히고 여러 불편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공주세무서는 지난 3월 세종시 아름동에 '공주세무서 세종지서' 성격의 세종납세지원센터를 열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주세무서 관계자는 "세종납세지원센터 신설 후 민원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개인납세과 업무와 민원실 업무만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한계다. 이외의 세금을 신고·납부하기 위해서는 공주세무서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재산세과는 상담 직원이 로테이션으로 돌고 있는데, 정작 문제가 발생해 상담을 해야 할 시에는 공주서까지 와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 부분은 보충해야 한다. 우리도 세종세무서가 빨리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15일 신설된 세종납세지원센터.
동대문세무서 관계자는 "동대문세무서는 청량리와 중랑세무서가 통합된 것으로 옛날 기준으로 청사를 마련하다 보니 장소가 현재 매우 협소하다. 납세자 수는 서울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곳이지만 신고 기간만 되면 장소가 너무 협소해 창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랑구 주민들이 세무서가 너무 멀다며 세무서 신설을 수시로 촉구하고 있다. 소상공인회 등 단체 쪽에서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각 과마다 직원들의 여유 공간이 전혀 없는 것도 큰 문제"라고 밝혔다.
서대문세무서 관계자 역시 "우선 은평구 납세자들이 세무서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며 "일선 세무서들은 세금 징수 기관보다 대민서비스 기관로 발전 하고 있는데, 세무서 신설이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각 구에는 구청 하나가 있고 경찰서는 2개 있는 곳도 있다. 그런데 세무서는 각 구 마다 없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지금의 납세인원은 한 기관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정도이며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가협회나 민간단체들에서도 왜 세무서 신설을 안 해주냐고 주장 하는데 우리가 임의로 신설하고 줄이는 부분이 아니라 난감한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한편, 세무서 신설을 담당하는 행정자치부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금 세무서 신설을 검토는 하고 있지만 예산 합의 등 모든 절차가 끝나기 전까지는 명확히 말할 수는 없다. 절차상 올해 결과 발표는 불가능할 것 같다. 원칙적으로 이르면 내년에 세무서 신설에 대한 결과가 공개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