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모델이자 대표차종인 EQ900의 첫인상은 젊어진 에쿠스였다. 날렵하고 심플해진 외관에다 운적석에 처음 앉자마자 눈 앞에 펼쳐진 모습과 시트의 감촉이 스포츠카를 탄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EQ900이 도로를 미끄러져 달리면서 완전히 다른 경험을 안겨줬다. 특히 운전대를 맡기고 뒷좌석에 앉자 달리는 집무실로 손색이 없는 거주공간을 갖췄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시승은 이 차종이 최고경영자들이 이용하는 점을 감안해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운전하며 운전자가 느끼는 주행성과 뒷좌석을 이용할 경우의 승차감과 편의성을 체험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했다. 서울 역삼동에서 출발 백운호수를 왕복하는 짧은 구간이지만 시내도로와 고속도로를 좁은 커브길 비포장 길 등 다양한 도로 환경을 이용하여 시승했다.
시승 모델은 3.3 터보로 V6 3.3ℓ 직분사 엔진을 장착 했다. 최고 370마력, 최대 52.0㎏·m를 발휘한다.
3.3ℓ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rpm대에서도 넘쳐나는 힘으로 중량감 있는 EQ900을 가볍게 움직여 줬다. 3.8ℓ보다 배기량을 낮췄지만 성능은 5.0ℓ에 버금간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연비는 복합 7.5 ~7.8㎞/ℓ 수준이다.
과천 대공원의 갓길에 정차한 다음 가속을 해보자 이 차의 성능과 주행성을 가감없이 보여줬다. 무거운 차체여서 출발은 약간 굼뜬 듯 했으나 시속 40㎞를 넘어서면서는 놀라운 가속력을 보였다. 중저속으로 달릴 때는 탁월한 순발력을 뽐냈다.
현대차에서 처음 채택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은 차로유지 시스템, 내비게이션이 연동해 고속도로에서 속도, 차간, 차로 유지의 자율주행이 가능토록 해준다.
제네시스 EQ900 서스펜션은 상당히 부드러운 느낌이다. 접지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요철이 있는 도로를 지날때 차량의 중량감과 함께 타이어의 반응속도가 빨라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잔여 진동을 억제해 요철이나 거친 노면도 담백하게 지나간다. 좌우의 과한 움직임도 롤링을 줄여 안정적인 자세를 바로 잡는다.
부드러운 서스펜션 탓 인지 민감한 브레이크 때문인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일반도로에서는 뒷좌석의 각종 버튼을 조작하느라 시선을 집중 할 때 미세한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후측방 추돌회피지원, 부주의 운전경보,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등의 안전장치는 손수 운전할 기회가 적은 CEO가 직접 운전할 때 사고위험을 덜어 줄 것으로 보였다.
■ 운전 편의성
먼저 운전석에 앉으면 스마트 자세 제어 시스템이 작동한다. 클러스터 화면에 자신의 키, 몸무게와 앉은 키를 입력하면 신체 조건에 최적화된 시트 스티어링 휠과 아웃사이드 미러, 헤드업 디스플레이 위치 등을 자동으로 설정해줘 휴일 CEO가 손수 운전할 때 편리하게 쓰일 기능임에 분명했다.
모든 좌석은 인체를 편안하게 감싸줘 안정감이 높은데다 무엇보다 허리를 편안하게 받쳐줘 쾌적했다. 앉는 이의 피로도를 최소화하는 세심한 설계와 인체공학 디자인으로 독일 허리 건강 협회로부터 최고 수준으로 인증 받은 모던 에르고 시트가 진가를 발휘했다.
시내구간을 지날 때는 앞면 유리창에 운전정보를 나타내 주어서 운전자는 굳이 시야를 내비게이션이나 계기판 쪽으로 돌리지 않고 운전에 집중 할 수 있어 편했다. 주행속도가 녹색 숫자로 나타나 기존 속도계를 보지 않고 속도를 쉽게 인지 할 수 있었다.
속도 숫자와 함께 내비게이션과 실시간 연동으로 최고제한 속도, 과속방지턱 등 교통정보가 선명하게 뿌려져 교통정보를 시각적으로 즉각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시내 주행시 교통량이 많을 때 가장 위험한 요인은 운전자 시야에 잡히지 않고 사각으로 접근하는 차량이다. 제네시스 EQ900에서는 차량 앞유리와 사이드미러 거울면에 사각 지역에 차량이 있으면 이를 센싱하여 주황색으로 접근정보를 뿌려줘 접촉사고를 막아줬다.
이 때 차선을 변경하려 하면 운전대의 진동으로 위험을 알려 준다. 이런점에서 제네시스가 고객의 안전을 위해 기술 혁신 추구한다는 브랜드 철학이 여기저기 스며있음을 확인시켜줬다.
■ 승차감
운전대를 동승자에게 맡기고 뒷좌석에 앉으면서는 완전히 새로운 감동이 찾아왔다. 자유자재로 좌석을 조절할 수 있는데다 탁월한 정숙성을 가진 것이 매력적이었다.
뒷좌석은 비즈니스맨에게는 움직이는 집무실인 동시에 휴식 공간이다. 아침 출근시에는 회의자료를 보거나 모바일기기를 사무실처럼 활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뒷좌석 앞면의 더블 모니터,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 등으로 모바일 기기 이용편의성을 높였다.
뭐니뭐니 해도 EQ900의 최대 장점은 정숙성이라고 평하고 싶다. 시승차가 고속도로의 터널속으로 진입해도 터널 밖에서 달릴 때와 외부소음에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퀵다운 기능을 사용하여 급가속을 할 때도 엔진음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도로에서의 정숙성은 차가 아닌 도서관에 앉아 있는 듯하다. 도어를 3중 실링으로 마감했으며 차음 유리, 환기부 흡차음재 보강, 발포 패드, 언더커버 등으로 소음 유입을 거의 차단한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났다.
뒷좌석의 가운데 놓인 콘솔 박스는 항공기의 1등석 기능을 할 수 있는 각종 버튼들이 윗면과 측면에 배치 되어 있다. 측면에 배치된 버튼으로 의자를 조작해 보니 방석부분과 등받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차내에서 업무를 보는 자세에서부터 휴식을 취하는 자세까지 미세한 자세를 제어할 수 있어 신체 컨디션에 가장 알맞은 맞춤형 좌석을 만들어 줬다. 특히 허리 받침을 몸에 맞게 조절할 수 있어 지친몸을 편하게 감싸 줄 수 있었다.
18가지의 다양한 자세를 설정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뒷좌석의 양 창문과 뒷유리는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햇빛 가리개를 할 수 있어 쾌적한 실내환경을 제공 했다.
뒷좌석에서 오디오는 물론 내비게이션과 각종 미디어 기기를 제어할 수 있어 편리했다. 독서등도 창가와 뒷좌석 가운데에 충분히 배치했다.
제네시스 EQ900 음향은 최고였다. 롤스로이스등 최고급 외제차량에 장착한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으로 사운드를 디자인 했다. 고성능 17개 스피커가 각가 1개의 악기음을 담당하여 소리를 최대로 높여도 깨짐없이 파워풀한 입체적 음향을 제공한다.
EQ900는 “어떠한 조건에서도 운전자의 의지대로 움직이며 운전의 즐거움을 더 할 수 있는 차”라는 제네시스 브랜드 철학이 반영된 차 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