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의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문제, 이른바 'BEPS'에 대한 국제적인 공동 대응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할 수 있도록 BEPS 프로젝트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BEPS 프로젝트는 조세회피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많은 국가로부터 지지를 받지만, 궁극적으로는 각국의 세원 변화를 초래해 국가간의 과세권 경합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29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6년 국세행정포럼'에서 김·장 법률사무소 박윤준 고문은 '다국적 기업의 지능적 조세회피에 대한 대응(BEPS 프로젝트를 중심으로)'이라는 제하의 주제발표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BEPS 프로젝트, 왜 생겼나?
우선 박 고문은 전세계적으로 BEPS 프로젝트가 왜 추진되고 있는지, 배경과 그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박 고문은 국제적 과세기준의 지속적인 개정과 보완에도 불구하고 현행 국제적 과세권 배분의 원칙이 디지털 경제의 출현 등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과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각국 세법 간 부조화도 작용해 BEPS를 통한 이중 무(無)과세, 경(輕)과세 기회가 발생한다는 것. 실제 OECD는 매년 BEPS 법인세 손실규모를 1000억~24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OECD는 BEPS 프로젝트를 통해 BEPS 현상의 원인이 된 조세조약과 국내법을 변경하고 다국적 기업 활동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OECD와 G20는 2년여에 걸친 작업 결과 지난해 말 BEPS 대책(15개 추진과제) 제시를 완료했다.
BEPS 프로젝트는 경과세국으로 이전되거나 사라졌던 과세소득을 실질 경제활동 및 가치 창출활동이 일어났던 원천지국 또는 거주지국으로 복원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것이 박 고문의 설명이다.
중국, 인도는 적극 '지지'…아일랜드, 벨기에는 '글쎄'
박 고문은 각국의 세계 교역 및 투자에서의 위상, BEPS 피해정도, 자국 기반 다국적기업 세부담 증가 정도에 따라 BEPS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도가 상이하다고 전했다.
중국, 인도 등 신흥 개도국은 원천지국 과세권 확대 측면에서 BEPS 프로젝트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으며 프랑스, 영국 등 EU 대국은 다국적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방주의적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아일랜드, 벨기에 등 EU 소국은 낮은 세율, 유해 조세제도 등을 이용한 과세베이스 유인을 추구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BEPS 프로젝트에 대해 가장 낮은 지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고문은 "우리나라 지지도는 유럽 주요국가와 미국의 중간 정도"라면서 "이 같이 각국의 기본적인 입장에 차이가 있고 BEPS 대책의 대부분은 새로운 제도라는 점에서 향후 BEPS 과제(Action) 집행과정에서 혼란과 분쟁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BEPS 과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박윤준 고문이 제시한 우리나라의 주요 BEPS 과제와 대응 방안.
BEPS 프로젝트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조세조약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조세조약에 PPT(Principal Purpose Test : 주요목적이 조약혜택 여부인지 판단) 또는 LOB(Limitation on Benefits : 객관적 요건을 충족하는 적격인에게만 조약혜택 부여) 규정이 도입될 예정이다.
박 고문은 이에 "객관적 기준에 의해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LOB 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집행 효율성 및 확실성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우리 기업이 외국에서 부당하게 조세조약 혜택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분석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고문은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 사업의 국가별 현황과 성과정보를 모기업 국가에 제출하도록 하는 국가별보고서 등에 대해 "우리나라는 내년 시행될 예정이지만 우리기업의 자회사 소재지국 과세당국이 자회사에게 자료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입법화할 경우, 2016년분도 작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별 보고서로 인해 다른 국가의 오용·오해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박 고문은 BEBP 프로젝트로 인해 상호합의 신청 접수 대상을 확대(조세조약 남용 사안)하고 개시된 상호합의는 2년 내 타결해야 하며, 2년 내 타결하지 못한 사안은 구속적 중재절차에 회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호합의는 우리나라와 체약상대국의 권한있는 당국 간 조세조약의 해석, 부당한 과세처분 등의 조정에 대해 협의를 통해 해결하는 절차를 말한다.
박 고문은 "우리나라는 중재절차 회부에 반대 입장이나, 향후 상호합의 시한을 준수하지 못하면 그 명분이 약화될 수 있으므로 상호합의를 위한 조직·인력의 보강과 함께 업무처리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박 고문은 무형자산에서 창출된 소득을 무형자산의 법적 소유권이 아닌 경제적 소유권에 따라 귀속시키도록 한 이전가격지침 개정에 대해, 무형재화 R&D 활동이 주로 벌어지는 다국적기업 모국의 이전가격 공세 강화로 해당 모국 과세베이스의 보전이나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 고문은 이 밖에도 "고정사업장 과세요건 강화, 다국적기업의 계열사에 대한 이자비용 공제 제한, 각국의 세법상 취급 부조화로 인한 조세편익 제거 등 다양한 과제들이 제시되고 있다"며 "BEPS 프로젝트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