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는 2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한 업무보고에서 대우조선해양 공적자금 투입을 결정한 청와대 서(西)별관회의의 결정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 野 '구조조정 청문회-국조' 압박 vs 與 "정상적 회의"
제20대 국회 개원 후 첫 상임위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날카로운 질의공방이 이루어지면서 국회가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문제와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굵직한 경제 현안을 다루는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는 29일 업무보고에서 그야말로 정부를 상대로 한 성토전이 벌어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업무보고를 들은 국회 정무위는 이날 앞서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AIIB 부총재)이 청와대 서(西)별관회의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현 정책조정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의 공적자금 지원을 결정했다고 폭로한 것을 놓고 여야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야당은 서별관회의 결정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구조조정 청문회와 국정조사를 압박했고, 여당은 중요 경제정책 결정의 대화채널임을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책임소재를 알아야, 어떤 해법을 갖고 접근했느냐를 알고 (공적자금 투입) 결론 도출이 합리적이었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며 "3당에 청문회 합의를 요구하고 그게 안 되면 뜻있는 의원들이라도 국정조사요구 발의 움직임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비공식기구인 만큼 서별관회의에서 의견수렴을 충분히 거쳐야 하는데 홍 전 회장은 이미 결정된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한다"며 "이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서별관회의에 대해 "편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반대하는 것 아니다"면서도 "그 결정의 결과, 국민 피눈물이 나는 결정이기 때문에 따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새누리당 위원들은 임 위원장이 서별관회의를 '정상적인 모임'이라고 강조한 것을 두둔하는데 몰두했다.
여당 간사인 유의동 의원은 관련 "홍기택 전 은행장의 말이 맞는지를 따지는 게 중요한가, 대우조선 직원들의 (생계) 문제를 푸는 게 중요한가"라며 "조선해운업 문제 조기해결, 당국이 재발 방지 시스템을 준비하는 게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종석 의원 역시 서별관 회의에 대해 "정당한 정부 기능이고 의견 결정과정"이라며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교묘하고 장기간 작정하고 해, 속이려 들면 당국이나 제3자가 알아내기 어려운 걸로 보인다. 시스템의 문제지, 홍씨가 회장이냐 남씨가 사장이냐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여야는 회의 참석자와 날짜, 주요 내용 등에 대한 자료제출을 금융위에 요구했다.
하지만 임종룡 위원장은 "서별관회의 내용을 기록하는 자료는 없다"며 "중간과정 협의를 위해 만든 자료는 공개한 적이 없고 그렇게 할 경우 최종 정제되지 않은 결과물이라 이해관계인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9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정부의 20조원 규모의 추경 등에 대해 여야 간 공방을 벌였다.
◈ 기재위, 與도 9조 추가세수 추경에 "마른수건 짜나" 정부 비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역시 이날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정부의 추경 편성 결정에 대해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은 거듭 '타이밍'을 내세우며 신속한 처리를 강조한 반면, 야당은 추경 편성 요건을 지적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9조원의 추가세수를 추경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은 추경 처리 시기와 관련해 "적어도 7월 안에 추경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본예산과 3∼4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정책위의장인 김광림 의원 역시 "정치적 논리는 배제하고 (정부가) 자료를 국회에 충분히 제공해주면서 추경이 빨리 집행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인 김종인 의원은 "추경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일단 정부가 추경을 발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상이 짙다"면서 "과연 추경으로 우리 경제의 활성화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도 "정부는 추경 편성의 이유로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 실업'을 내세우는데, 이는 전국적인 게 아니라 경남의 실업률이 악화된 것 아니냐"며 이를 추경 요건 충족으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9조원의 초과 세수를 추경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경제성장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초과세수가 나온 것인지 따져 물었다.
이혜훈 의원은 "한국경제의 세수 탄성치는 통상적으로 1수준이어서 성장률이 떨어지면 세수도 떨어진다"면서 "그런데 성장은 주저앉았음에도 어떻게 초과 세수가 9조원이 더 나올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 의원은 "돈을 풀어서 경기를 살린다는 정부가 한편으로는 세금을 9조원씩이나 더 거뒀다"며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 세금을 거두려고 너무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구 의원은 올해 4월까지 누계 국세수입이 지난해 동기(1∼4월)보다 18조1000억원 늘어난 것과 관련해 "선거 기간에 세금을 이렇게 걷었느냐. 집권당을 욕보일 일이 있느냐"고 힐난했다.
이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가가치세와 법인세의 호조'라고 답하자, 이 의원은 "정부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세금을 5조원 이상 걷은 것이다. 이러니 민심 이반이 안 되겠느냐"고 일갈했다.
이어 "선거 때는 음주 단속도 덜 하고, 자동차 불법주차 (과태료)도 덜 떼는 게 상식 아니냐"면서 "박근혜 정부가 왜 이렇게 세금을 걷어서… 선거를 망치려고 작정했다"고 선거참패를 정부 탓으로 돌렸다.
정병국 의원도 "현장에서 목소리를 들어보면 기업 하는 많은 사람이 세무조사가 너무 잦아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다고 말한다"며 "주머니를 쥐어짜게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