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부동의 1위 지켰으나 연평균 1.4% 성장 그쳐
한영 최근3년 연평균 12.6% 성장…최고 성장률 보여
삼일·안진·삼정·한영 등 빅4 회계법인의 매출이 지난 3년간 연평균 4.3%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빅4 회계법인들의 경우 컨설팅부문 등으로 수익성 다변화에 적극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성장세는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회계산업이 성장정체에 빠질 것으로 우려했다.
◆…자료=한국공인회계사회 금융감독원 제공
5일 한국공인회계사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빅4 회계법인의 매출합산액은 2013년 3월 기준 1조1176억원, 2014년 3월 기준 1조1737억원, 2015년 3월 기준 1조1946억원, 올 3월 기준 1조2631억원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그렸다. 이를 매출 성장률로 환산하면 2014년 3월 결산기의 경우 5.0%를 보였으나 2015년 3월의 경우 1.8%로 급속 둔화됐다가 2016년 3월 5.7%로 회복세를 보였다.
빅4의 성장률 둔화는 업계 1위인 삼일의 실적이 부침을 거듭한 것이 큰 변수가 됐다. 삼일은 회계업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으나 2013년 매출이 4567억원에서 2014년 4774억원으로 4.5% 증가했으나 2015년에는 4599억원으로 3.7%의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2016년 475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14년 수준으로 되돌려 놓았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연평균 1.4%선의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이는데 그쳤다.
4대 회계법인 가운데 EY한영이 2013년 1353억원의 매출에서 2016년 1863억원으로 연평균 12.6%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안진은 2013년 2682억원, 2014년 2812억원, 2015년 2921억원, 2016년 300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연평균 4.0%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삼정은 2013년 2572억원, 2014년 2669억원, 2015년 2759억원, 2016년 3004억원으로 연평균 5.6%의 성장세를 보였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회계업계의 환경이 어려운 가운데 빅4의 매출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회계감사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했다는 위기의식에 기업컨설팅 등 신시장을 적극 개척한 결과"라며 "부실감사에 대한 회계법인 제재가 갈수록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빅4 간 신시장 개척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회계업계에서는 빅4 회계법인의 치열한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회계업계 전체 매출 중 빅4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6%에 이를 정도로 대형 회계법인으로의 쏠림현상 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한국공인회계사회 제공
회계법인 전체 매출은 2013년 3월 기준 2조21억원, 2014년 3월 기준 2조1307억원, 2015년 3월 기준 2조1452억원으로 3년 사이 7.1% 증가해 이 기간중 4대 법인의 성장세 6.9%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4대 법인 쏠림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소중견회계법인의 대표는 "회계시장이 빅4에 좌지우지 되어선 안된다"고 전제하고 "회계업계에서 차지하는 빅4의 비중이 여전히 높기만 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외국에 비해 중소중견기업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할 회계법인의 수가 많지 않다"며 "중소중견기업이 양질의 외부감사 혹은 비감사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국가경제의 기반이 탄탄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부감사 시장의 경우 빅4가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5000여곳 중 4700여개 회사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빅4 한 곳당 평균 1200여개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데 반해 나머지 150여개 회계법인은 평균 133개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고 있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중소중견기업 규모에 알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회계법인 층을 육성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회계업계는 '대형회계법인'과 '대형 아닌 회계법인'으로 양분돼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빅4 회계법인처럼 네임밸류가 높은 회계법인의 필요성도 높지만 개별 기업사정에 맞는 서비스 규모와 품질을 갖춘 회계법인들이 고르게 발전하는 것이 국가경제 발전에 더 이롭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중견기업이 대형회계법인으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는 셈이어서 빅4 이외의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감사를 받게 될 유인이 증가한다"며 "중소중견회계업계가 건전하게 육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감이 넘어갈 경우 외부감사 품질이 떨어져 회계분식 등 빈틈이 생길 수 있어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회계업계의 건강한 성장이 이뤄지려면 우선 "독립채산제 구조를 개선하고 전문화된 회계법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비스품질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는 중소중견회계법인을 적극 지원해 이들을 중간층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빅4에 시장진입 제한을 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