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납세자가 제때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았다면 일종의 '벌칙' 성격의 납부불성실가산세가 부과되는데, 재계를 중심으로 이 가산세율이 과도하다는 불만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을 하향 조정하거나, 가산세가 면제되는 사유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주된 목소리다.
재계의 논리는 간단명료하다.
세금을 과소납부 했을 때 부과되는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은 14년째 제자리 상태에 두면서, 과다납부 한 세금을 돌려줄 때 국세환급가산금 이자율은 매년 예금이자율과 연동시켜 둘 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세금을 받아낼 때는 왕창 거두고, 돌려줄 때는 찔끔 지급하는 전형적인 '놀부셈법'이라는 것이다.
최근 '납부불성실가산세율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김봉래 국세청 차장의 말이 주목받으면서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이 조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세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서는 '납세위반에 대한 제재'라는 측면에서 가산세율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은 지난 2003년 '1일 1만분의 5'에서 '1일 1만분의 3'으로 낮아진 이래 14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고 있다. 연(年) 금리로 환산할 경우 11%(0.03%×365일)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말 발표되는 '2016년 세법개정안'에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을 인하하는 등의 방안을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가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의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가 강력하게 요구해서다.
대한상의는 지난달 기재부에 제출한 세제개선과제 건의안을 통해 "납부불성실가산세의 패널티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10년 이상 시중 금리 인하 폭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국세환급가산금 이자율은 지난 2000년 10.95%에서 2001년 5.84%로 낮아진 이후 2006년 4.2%, 2011년 3.7%, 2015년 2.5%, 올해 1.8%로 시중금리 변동 폭이 반영되고 있다. 반면, 납부불성실 가산세율은 1999년 18.25%에서 2003년 10.95%로 내려간 이후부터 현재까지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신고불성실가산세의 경우 부정행위 유무에 따라 가산세율의 차등을 두고 있는데 반해, 납부불성실가산세는 일률적으로 높은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이에 '납세의무자의 부정행위가 없는 경우' 납부불성실 가산세율을 완화해주거나 미납세액의 10%로 가산세 한도를 설정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관계부처인 국세청도 납부불성실 가산세율 부담이 과다하다는데 한 목소리를 내면서 제도 정비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달 23일 김봉래 국세청 차장은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세동우회에 참석해 "납부가산세는 업무불이익에 대한 제재성격이기 때문에 환급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여러 가지 의견과 방안을 수렴 하겠다"고 말했다.
임환수 국세청장 역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납부불성실가산세율과 관련해 "납세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기재부와 논의해 가산세율 적정 수준을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을 손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납부불성실가산세율과 국세환급가산금 이자율의 격차가 과도하다는 재계의 지적에는 '납부불성실은 위반 시 제제 성격을 띄고 있다'며 반박의견을 펼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납부불성실가산세율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현재 이 제도가 불합리한지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당장 세율을 낮추는 등의 개정은 어렵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담세력(조세부담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에 한해 가산세율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으나, 기업 간 과세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가산세율 조정의 불문율은 올해도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