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국가자금 세탁위험 평가' 공청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영국의 전 수상 고든 브라운은 이와 관련 “범죄자와 테러리스트는 금융시스템에 의존한다. 금융시스템은 이러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파했다.
금융연구원은 금융위원회의 금융정보분석원 후원으로 7일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장에서 '국가 자금세탁 위험 평가'를 주제로 한 첫 공청회를 열었다. 2019년 예정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FATF = Financial Action Task Force)의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금지에 대한 이행 평가'에 대응한 국내 제도의 현황 점검과 향후 과제를 논의한다는 것이 취지다.
자금세탁 금지와 관련 국제 기준에 대한 이행 수준은 다섯 가지 과제에 걸쳐 평가된다. ➊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을 평가하고 대응하는 국가적 시스템 구축. ➋실소유자 관리 등을 통한 법인과 신탁의 자금세탁·테러자금 악용 차단.
➌변호사, 회계사, 귀금속상 등 비금융 전문직에게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 ➍자금세탁 범죄의 수사, 기소, 몰수 강화. ➎위험기반접근법을 통한 자금세탁방지 이행 감독의 실효성 제고로 구성됐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세 번째 항목 '비금융 전문직에 대한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가 최대 관심사항으로 부각되며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자금세탁 행위가 전문화·고도화됨에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기관뿐 아니라 비금융 전문직 또는 사업자 (DNFBP=Designated Non-Financial Business or profession)의 역할이 점차 강조되는 추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FATF가 국제기준에다 DNFBP의 자금세탁방지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주요국은 제도 도입을 완료하거나 추진 중”이라고 소개했다. 때문에 향후 국내에서도 국제 기준의 도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FATF 국제기준에 따르면 DNFBP는 변호사, 공증인, 기타 독립적 법률전문직 및 회계사, 부동산중개업자, 귀금속상, 카지노사업자, 신탁 및 회사서비스제공자가 손꼽힌다. 이들이 '자금세탁 혐의를 발견 또는 적발하기 쉬운 업종'이라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변호사, 회계사의 경우 고객을 위해 ①부동산 매매 ②고객의 자금․증권 기타 자산 관리 ③예금․적금․증권거래 계좌 관리 ④회사·법인 등 설립 ⑤사업체 매매 거래를 준비하거나 수행할 때 의무가 부과된다. 부동산중개인은 부동산매매 거래 시에, 귀금속상은 1만5000달러 이상의 현금거래 시에 이의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들에게 부과되는 의무는 고객확인제도 (CDD=Customer Due Diligence), 기록보관, 의심거래보고 (STR=Suspicious Transaction Report), 정보누설금지와 비밀유지다. 다만 의심거래 보고의무의 경우 직무상 비밀보장 또는 특권에 해당되는 때는 면책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FATF 국제기준은 '권고사항'의 형태로 돼 있으나 실질은 강행규정”이라고 지적했다. 이행하지 않으면 이뤄질 때까지 FATF에서 추적·관리를 시행하는데다 필요할 경우 제재도 추진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관련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특히 국가 신용등급 하락, 금융시장 불안 및 재정기반 약화 초래, EU Third Country 지위 (한국을 포함해 12개국은 EU 역내 금융회사와 거래 시 고객확인 관련 의무 면제를 통해 비용감소) 박탈 위험, FATF 제재 조치 가능성이 제기된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