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부모가 평생을 바쳐 키워 온 기업의 지분을 자식이 상속받았다고 해도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로 인해 창업자들은 가업을 물려주기를 꺼려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이른바 '장수기업' 수가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다.
사실 창업주가 자식에게 가업을 상속할 때 발생하는 세금을 줄여주는 과세특례 제도는 이미 작동되고 있다. 연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의 창업주가 가업을 상속하는 경우 가업상속재산가액의 100%를 가업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가액에서 공제해주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원활한 가업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업상속공제 대상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되는 기업의 연 매출액 기준을 '3000억원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부(富)의 대물림'이라는 인식이 강해 법 개정에 실패한 바 있다.
최근 중소·중견기업계는 기업의 연 매출액 기준이 아닌 개인사업체도 가업승계 과세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특례한도를 현 1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높여달라고 정부에 재차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세법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늘리는데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있어, 올해 세법개정안에 이 같은 재계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말 발표되는 '2016년 세법개정안'에 가업상속공제 완화 방안이 담기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해달라는 중소기업계의 요구가 있었으나, 올해 세법개정안에 이 내용을 담을지에 대한 여부는 전혀 검토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던 중소기업청도 태도를 달리하고 있다. 앞서 기재부는 가업상속공제에 대한 조세지출 평가서를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제출받았는데, 그 평가서에는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결과가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는 '막대한 세금으로 원활한 가업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폐업·기업매각이 속출하고 있다'며 가업상속공제 완화의 불씨를 당기고 있다.
앞서 지난달 중소기업 대표들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임환수 국세청장 초청 간담회를 열고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장성숙 중기중앙회 부회장은 "사전 증여는 가업승계 과정으로 기업 상속공제와 동일한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증여세 과세 특례를 법인에서 개인 사업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당시 국세청도 정책효과 등을 검토해 법 개정을 돕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바 있으나, 부자감세라는 반발을 의식한 기재부가 저자세를 유지함에 따라 법 개정에는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회 차원에서 입법 추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14년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기업을 확대하는 안(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까지 올라간 적도 있으며, 지난해에는 당시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이 가업상속공제를 확대한다는 입법안을 내놓으면서 공론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