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8.9전당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 이정현 의원이 선출됐다. 이 신임 대표가 당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 새누리당)
이정현, 朴 대통령 '무한감사'… 靑견제보다 '바닥 훑기'로 승부
'박근혜 대통령의 입', '朴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을 이끌 새로운 대표로 선출됐다.
이 신임 대표는 전날(9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에서 4만4421표(40.9%)를 받아 비박계 단일후보인 주호영 의원(3만1946표)을 크게 따돌렸다.
특히 전대결과 이 신임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6명 중 5명이 친박계로 채워지면서 친박계의 세(勢)과시가 제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로 친박당'이 된 상황에서 친박계 지도부는 정부 견제보다는 청와대 '거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박계의 공천파동과 박근혜 정부 경제 실정 등으로 패배한 4.13총선에 대한 '반성과 혁신'은 길을 잃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신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하늘이 무너질 것을 걱정하는 것과 같다"며 "앞으로의 당청 관계는 지금까지 봐온 당청 관계와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만일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의 생각과 괴리가 있다면 횟수에 관계없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 '도로 친박당' 지도부 6인 중 강석호만 비주류 = 하지만 새누리당은 6명의 지도부 중 강석호 의원을 제외하고 전부 친박계가 차지해 다른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다.
4명을 뽑는 최고위원 선거는 '1인2표제'로 친박계 조원진, 이장우 의원이 1,2위를 차지했고 비박계 강석호 의원은 3위로 선출됐다.
친박계인 최연혜 의원은 4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신설된 45세 미만 청년 최고위원은 친박계 지원을 받은 유창수 유환아이텍(주) 대표이사가 비박계 이부형 중앙청년위원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 같은 전대 결과는 다소 예상 밖이다. 4.13총선 공천과정에서 일어난 '진박'논란 등 공천 파동과 박근혜정부의 경제 실정 등이 총선 패배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이번 전대에서는 비주류인 비박계 지도부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측됐었다.
□ 친박 핵심 서청원-최경환 '불출마'…이정현 '몰아주기' = 전대 과정에서도 친박 핵심인 최경환, 윤상현 의원이 지난 공천과정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폭로되면서 최 의원과 서청원 의원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비박계 주자들은 너도 나도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를 겨냥하며 '일신(一新)'을 요구했다.
범친박계 주자들 역시 친박 핵심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더욱이 비박계 주자였던 김용태, 정병국, 주호영 의원은 두 번에 걸쳐 단일화를 이루어내면서 비박계 당 대표 탄생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날 당심(당원과 대의원 선거인단.70%)과 민심(국민여론조사.30%)은 친박 핵심인 이 신임 대표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친박 핵심들이 줄줄이 '불출마'선언을 하면서 위기에 몰린 친박계가 세 과시를 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친박 '오더 투표'도 논란도 터졌다.
또한 이날 당심에는 박 대통령의 축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남은 임기 1년 반을 강조하며 "여기 계신 당원동지 여러분께서 정부에 힘을 모아 주시고, 우리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노력한다면 나라가 편안해지고 경제도 되살아날 수 있다"고 정부에 힘을 실어줄 것을 요청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8.9전당대회에 참석해 '단합과 혁신'을 강조하며 '정부와의 혼연일체'를 주문했다.(사진 새누리당)
□ 무(無)수저 이정현, 朴대통령 '무한감사'…靑견제 될까 = 박 대통령의 '복심'인 이 신임 대표가 정부의 실정과 민심 이반 등을 제대로 청와대에 전달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임기 막바지 '친박계 지도체제'가 들어서면서 박 대통령은 한숨 돌리겠지만 문제는 민생경기 침체와 사드 배치 논란 등으로 국론 분열과 야당과의 관계가 악화일로인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대표는 전남 곡성 출신으로 스스로를 '비주류 중에 비주류', '무(無)수저'라고 부르며 틈이 날 때마다 '무명'의 자신을 발탁해준 박 대통령에게 '감사함'을 표해왔다.
1985년 구용상 전 민주정의당 의원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지만 20년 가까이 '호남 출신'으로 당내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박 대통령이 2004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 수석부대변인과 공보역할로 발탁하면서 정치인생이 달라졌다.
당 사무처 말단인 '간사 병(丙)'부터 시작해 당 대표까지 17계단을 밟아 올라왔다.
그는 언제나 박 대통령의 심정을 우선시하며 언론에 전달했고 급기야 홍보수석을 지내던 지난 2014년 당시 KBS뉴스 세월호 관련 보도 개입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 "靑견제보다 '바닥 훑기' 나설 것" = 여권 관계자는 10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 할 말을 하겠다고 하지만 비주류 대표였던 김무성 대표도 제대로 못했다"며 "이 대표는 청와대와 소통을 잘 할지는 모르지만 대통령 심정을 먼저 살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대선이 있어서 정권 재창출이 핵심 임무이니 민심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바닥을 훑을 거라고 본다"라며 "청와대와 각을 세울 수는 없으니 당이 민심을 챙긴다는 생각이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섬기는 리더십'을 전면에 내놓았다.
그는 "현장에서, 사실상 섬김 받지 못하고 있는 많은 일반 서민들과 소외 세력들과 많이 아파하는 사람들, 힘들어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불러서 듣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서 듣겠다"고 민심청취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