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거듭 정부 압박…與 일부도 정기국회 논의 강조
여야의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여야 의원들이 계속되는 '폭염'으로 가정용, 교육용 전기요금 완화를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야당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특히 새누리당은 야당은 물론 당 소속 일부 의원들까지 누진제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누진제 개편 목소리를 내자, 11일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로 해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실무 담당자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체계 보고를 검토하고 야당이 주장하는 누진제 완화 또는 폐지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이날 이정현 신임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어서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된 누진제 완화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산자부는 누진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다.
지난 9일 채희봉 산자부 에너지실장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요구에 대해 "1%를 위한 부자 감세와 같다"고 강변해 논란을 낳았다. 야당은 누진제 개편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이를 '부자 감세'로 규정한 산자부를 맹비난하고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회의에서 "관련 부처 책임자가 전기요금 개편이 부자 감세라 못하겠다고 어이없는 발언을 해 국민의 공분을 자아냈는데 전기요금이 왜 부자 감세냐"며 "이 문제에 대해 더민주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결될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변재일 정책위의장은 "요즘 정책위원회에서 가장 많이 받는 전화가 전기요금 민원이다. 잘못된 요금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저항의 시기"라며 "8월 중 당 개편안을 만들어 9월 정기국회에서 상임위 차원 논의를 본격화해 근본적 해법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율이 너무 가파르고 세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 보호용 1단계 요금이 그들보단 1인 가구 혜택을 주는 제도로 운영된다는 것이 감사원 감사에서도 밝혀졌다"며 "이런 문제로 부자 감세를 운운하는 정부 당국자는 정확한 통계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난했다.
변 의장은 "정부 측에 간곡하게 부탁한다. 지난해 전기요금 누진세를 4단계 사용자에게도 3단계 요금을 부과해 일시적으로 완화해 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의 오찬 회동이 있는 것을 언급하며 "서민들에게 전기료 누진 폐지 선물을 달라"고 촉구했다.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전력요금제는 복잡하고 유가 등에 따라 변동돼야 하는 만큼, 법안을 논의할 때가 아니라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며 "서민 ·중산층이 가장 많이 쓰는 1~4단계를 개편하면 국민들에게 약 1조원 정도 전기료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압박했다.
누진제 완화에 새누리당 의원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조경태 의원은 이날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는 동시에 누진배율을 11.7배에서 1.4배로 대폭 낮추는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조 의원은 YTN라디오에 나와 "제가 19대 때도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을 때 정부는 이상한 논리로 막았다"며 "이번에는 여야 의원님들이 모두 누진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아마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누진제가 완화될 경우 '블랙아웃(전력대란)' 위험을 지적한 것에 대해 "정부에서 국민들을 자꾸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블랙아웃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블랙아웃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시키지 말고, 더 이상 정부는 한전편만 들지 말고,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앞장서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성태 의원 역시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를 겨냥,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국민들의 원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행정서비스 측면에서도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민들에게 고통과 인내를 강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도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누구를 위해 전기요금 누진제를 계속 고집하는지 국민들은 정부 설명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한다"며 "새로운 당 지도부가 세워졌다. 더워서 너무 지친 국민께 이 문제부터 감당하는 모습 보여주길 바란다"고 정부와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