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정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 위한 정치권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국회가 특정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 국세청이 보유하고 있는 과세정보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률 제정을 위한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상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정치권의 이런 저런 과세정보 제공 요청을 튕겨내 왔다. 이에 정치권은 '사용 목적'을 더 명확하게 규정하는 정공법을 동원해 국세청으로부터 더 다양한 과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루트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제출한 국세기본법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또는 국회 예산정책처장이 과세정보를 요청하는 경우 '비밀유지의 예외'로 보고 그 사용 목적에 맞는 범위에서 과세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국세기본법은 행정·사법·입법 상 목적으로 요구하는 경우 그 목적에 맞도록 과세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지만 자료 사용 목적이 다소 애매한데다 비밀유지 조항이 우선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국세청이 목적 외 사용(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명분으로 자료제출을 거부해 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도 최근 국회의원이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 등 의정활동을 목적으로 국세청에 과세정보 제출을 요구할 경우 이를 제출하도록 하는 입법안을 내놓는 등 과세자료를 움켜쥔 채 요지부동인 국세청을 압박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그동안 과세정보를 둘러싼 정치권과 국세청의 대립은 계속되어 왔다.
국회법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국세청)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해 자료 요구 시 사용목적에 맞는 범위 안에서 과세정보를 제공하도록 관련 법 개정을 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관련 법과 규정이 개정됐는데도 불구하고 '비밀유지 조항(국기법 제81조13)'을 근거로 과세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이로 인해 과세자료의 국회 제출을 더 확대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이어져온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논의 테이블에 올라온 관련 법률 개정안도 5개였다.
20대 국회도 이 문제를 전면으로 부각시키고 나선 만큼 향후 정기국회 등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팎에서는 정치권이 추구하고 있는 수준으로 법률이 개정되더라도 국세청의 과세정보 제공과 관련한 태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