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신임 경찰청장에 음주운전 사고 논란으로 야당으로부터 '자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철성 후보자를 임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음주운전 사고 논란을 빚고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기로 청와대가 밝혔다.
앞서 청와대는 국회에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송부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자, 이날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1993년 음주운전 교통사고 당시 경찰 신분을 숨기고 내부 징계를 모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고 있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음에도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자, "대통령의 오기의 질주", "국민 모욕" 등 맹비난을 쏟아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서가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인사청문 절차를 마쳐야 하고,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할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보고서 송부를 다시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 내에도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공직후보자를 공식 임명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 후보자가 23년 전 일어난 사건에 대해 사죄와 반성의 뜻을 수차례 밝혔고, 1995년 사면을 받았다는 점에서 사퇴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후보자가 법과 질서를 세우는 경찰 조직의 수장으로서 심각한 범법을 저지른 의혹이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임명 강행은 향후 정국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검증을 주도한 우병우 민정수석의 부실 검증 책임과 우 수석 자신의 비리의혹 등으로 정국이 마비된 상황에서 청와대가 야당의 비판을 무시한 채 임명 강행을 한 것이여서 반발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새누리당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이날 이 후보자 임명 강행에 대해 "오늘 임명을 계기로 심기일전해서 민생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의 총수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짧게 논평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은 "이철성 후보자의 임명은 부실 검증을 정당화하기 위한 대통령의 독선"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변인은 "이철성 후보자는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냈고, 경찰 신분을 숨기고 징계를 피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회가 검증하고, 후보자도 시인했다. 마땅히 경찰청장 내정을 취소하고 잘못된 검증과 내정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을 물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철성 후보자의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했다. 충격적이다. 민심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결정"이라며 "이 후보자가 음주운전을 적발하고 교통사고를 처벌하는 경찰의 수장이 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스스로 그렇게 강조해온 법치주의의 근간을 자신의 손으로 훼손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고집이 국정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대통령은 브레이크 없는 오기의 질주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일갈했다.
같은 당 이재정 원내대변인 역시 박 대통령을 향해 "이 후보자 임명은 국회 모욕이자 국민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 후보자가 음주운전사고를 내고 경찰 신분을 속여 징계를 모면한 것에 대해 "심각한 범죄 행위다. 이런 사람을 의도적으로 허투루 검증해 천거하고, 경찰 조직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행위 역시 범죄 행위"라며 "법과 원칙을 준수하며 살아가는 우리 국민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우병우를 감싸려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인사 참사가 또 다른 참사를 낳고 있다"며 "우병우 해임이라는 한 번의 결단으로 그칠 수 있는 일을 고집스레 버티면서 연이어 온 나라를 망칠 요량이다. 제발 폭주를 멈춰라"고 압박했다.
특히 더민주와 국민의당 소속 국회 안전행정위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의혹투성이 경찰청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경찰청장은 이제라도 자진 사퇴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경찰의 위상을 떨어뜨린 이 내정자가 14만 경찰을 이끌 수장이 된다면 일선 경찰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질 것"이라며 "경찰로서 과거 문제에 대한 책임을 먼저 지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인사검증 담당자인 우 수석에 대해서도 "문제 수석의 문제 인사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이 문제가 명확히 드러났음에도 부실검증에 대한 책임을 물어 민정수석을 경질하지 않고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한 것에 대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찰청장을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임명 강행한 것을 우리 국민들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경찰청장은 이제라도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