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요란스럽게 시작한 롯데 그룹 비리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검찰이 붙잡고 있는 롯데 그룹 비리의 한 축인 '소송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롯데케미칼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안팎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또다른 사정기관인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25일 국세청과 검찰 등 사정기관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7월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요원들을 서울 동작구에 소재한 롯데케미칼 본사에 투입, 세무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세무조사는 3개월 일정(10월 초 종료)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세청은 세무조사가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조세범칙심의위원회를 열어 롯데케미칼에 대한 세무조사를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범칙조사는 명백한 탈세혐의가 확인된 경우 형사고발을 전제로 실시하는 세무조사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세무조사가 동시다발로 이루어지는 케이스도 극히 이례적인데, 세무조사 착수와 거의 동시에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된 것과 관련해 안팎에서는 여러 갈래의 해석이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유관기관이 특정 사안에 대한 수사 도중 조세포탈 혐의가 발견된 경우, 조세범처벌법상 전속고발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세청에 수사 자료를 이관, 고발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롯데케미칼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착수 및 진행 과정을 감안할 때 검찰의 요청에 따른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검찰이 잡고 있는 롯데케미칼의 사기소송 혐의에 대한 수사 자료를 국세청에 넘겨 이를 조세범처벌법상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따른 탈세로 고발해 줄 것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세청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이유도 추가적인 자료의 확보 없이도 검찰에서 확보해 이첩한 자료만으로도 충분히 탈세혐의가 인정, 형사고발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까지 검찰이 밝힌 롯데케미칼의 소송사기 혐의점만 놓고 보더라도 국세청을 상대로 거액의 세금(270억원)을 부당한 방법으로 환급받아간 것이기 때문에 국세청 입장에서도 고발을 통해 이를 바로잡으려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은 현재 2006년 사기소송을 주도했다는 혐의로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을 구속기소한 상태다.
또 한 명의 공모자로 점찍은 허수영 현 롯데케미칼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 의해 기각 됐지만 검찰은 이들에 대한 혐의 입증 및 처벌을 자신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형사고발 여부가 지지부진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고 있는 롯데 그룹 비리 수사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