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7년 예산안'과 관련해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사전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윤철 예산총괄심의관, 박춘섭 예산실장, 송언석 차관, 문성유 재정기획국장, 안순택 조세총괄정책관)
내년 예산 400.7조…지출규모 올해 예산比 3.7%↑
국가채무 693조…채무비율 올해보다 0.4%p 올라
복지예산 6.6조 증액, 130조원 쏟아붓는다
정부가 풀 죽은 경제를 살리는 차원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내년에도 유지한다.
내년 예산을 올해 예산대비 3.7% 늘려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이 넘는 이른바 '슈퍼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재정건전성 악화 부담을 감내하고서라도 재정을 더 풀어 경제를 살려놓고 보겠다는 정부의 셈범이 깔린 모습이다.
대규모의 재정부양책은 일자리 늘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기조에 맞춰 타 분야보다 재원배분의 양도 대폭 늘렸다. 또 미래성장 동력이 되는 산업을 육성하고 수출·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워주는데도 재정이 적극적으로 투입된다. 저출산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서 결혼, 임신·출산, 양육 등 맞춤형 재정지원도 함께 추진된다.
한쪽에서는 돈을 더 풀고, 다른 한쪽에서는 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정부는 재량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유사·중복사업 통폐합으로 재정낭비 소지도 제거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30일 총 400조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 경기활성화 및 고용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각종 정부 사업에 재정을 분산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400조, "재정건전성 유지하는 범위에서 편성"
정부가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세와 세외수입, 기금 등을 포함한 총수입은 올해 대비 17조8000억원(7.1%) 증가한 414조5000억원, 총지출은 올해 대비 14조3000억원(3.7%) 늘린 400조7000억원이다.
내년 나라살림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문제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집행했을 땐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예산기준으로 40.1%이나, 내년에는 0.3%p 올라간 40.4%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비율은 2018년 40.9%로 증가세를 지속하다가 2019년 40.7%로 소폭 하락한 뒤 2020년까지 동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국가채무액도 올해 644조9000억원에서 내년 682조7000억원으로 올라간다.
다만 국세수입 증가, 세계잉여금을 활용한 국가채무상환 등의 영향으로 국가채무비율이 당초 계획보다 개선됐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 앞서 정부는 '2015~2019년 재정운용계획'을 통해 내년 국가채무비율을 41.0%로 전망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중장기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재정준칙 도입, 지속적인 지출 구조조정, 유사·중복사업 통폐합으로 중장기 재정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지출구조조정에 따라 절감된 재원은 일자리 사업, 성장동력 확충, 신규사업에 재투자 된다. 또, 내년 예산안에는 다문화가족지원, 대학 R&D, 중소기업지원, 일자리창출 등을 위주로 205개 사업을 추가 통폐합하기로 했다.
일자리 늘리기에 돈 더 쓴다
내년 예산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보건·복지·노동 분야다. 총 지출액(400.7조)에서 30%가 넘는 130조원을 해당 분야에 투입하로 했다.
우선 일자리 예산을 전년대비 10.7%나 늘린 17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다. 교육, 문화 등 12대 분야와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 예산은 청년, 여성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고용서비스, 창업, 직업훈련 등 고용효과가 큰 분야에 중점 투자될 계획이다.
또한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육아휴직 후 고용유지지원금을 인상(20→30만원)하고 휴직기간 중 대체인력 지원을 확대(0.7→1만명)하기로 했다.
복직 후에도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여성 친화적인 근로 환경도 조성한다.
전일제에서 시간선택제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기업 간접노무비 지원단가(20→40만원)와 지원인원(2000명→4000명)을 두 배로 늘린다. 여기에 유연·재택근무 도입기업에 인트라넷 등 인프라 구축비용을 신규 지원(보조 2000만원, 융자 4000만원)하기로 했다.
또 취업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장애인의 취업촉진을 위해 장애인 취업성공패키지를 별도로 신설하고, 고용장려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노인·중장년·비정규직의 일자리 기회를 늘리기 위해 기업연계형 일자리를 신설하거나 정규직 전환지원금의 지원 대상 및 지원수준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래 먹거리 더 만들고, 경제 '허리' 살린다
미래성장의 동력이 되는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300억원 규모의 9개 R&D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성장 동력 분야로는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가상증강현실, 경량소재, 인공지능 등이고, 국민행복분야에서는 미세먼지, 탄소자원화, 정밀의료 바이오 신약 등의 R&D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특히 정부는 지역전략산업 전체 3조1000원(국비 1조7000억원)을 신성장·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산업 간 융·복합을 통해 전통산업의 고도화, 자율주행차, 스마트헬스케어 등 신산업에 중점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지역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지역별 핵심관광자원(관광지, 숙박, 음식, 특산품 등)을 선별·패키지화해 명품 관광코스로 개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경제 산업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성장도 돕는다. 창업 단계에서는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더 쉽게 제품으로 만들고 사업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500억원 규모의 재정을 지원한다.
성장 단계에서는 R&D 기획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도입(1000개사)하고, 약 2400억원 규모의 기술개발 지원도 지속하기로 했다. 또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용 R&D사업을 신설(60억원)하고, 월드클래스 300사업의 예산은 올해 853억원에서 1137억원까지 늘린다.
아울러 재도전 사업계획을 가진 우수한 재기기업인을 발굴해 재창업 과정을 지원하는 재도전성공패키지 관련 사업의 예산도 53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린다.
민생 안정, 국민 안심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단계별 맞춤형 재정 지원책도 추진된다. 우선 신혼부부 및 청년 맞춤형 행복주택 공급을 4만8000호(올해 3만8000호)까지 늘리고, 매입임대아파트도 2000호 지원한다.
난임시술비 지원 소득상한 폐지 및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수준(190만원→240만원)을 상향 조정하고, 분만 취약지 산부인과를 지속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설치의무가 없는 중소기업의 직장어린이집 설치 지원을 강화하고, 공립 공공형어린이집 각 150개소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한부모가족자녀 양육비를 월 10만원에서 12만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을 현 13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인상하고, 육아휴직 지원인원도 9만명에서 1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또 남성의 육아참여 관련해 현재 두 번째 육아휴직의 경우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150만원 한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 지원금을 200만원까지 올렸다.
아울러 국방력을 강화하고 병영 환경은 개선하기로 했다. 북핵·미사일 위협을 대비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적기에 구축하도록 지원하고, 이지스함 등 첨단전략도 대폭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사병들의 봉급도 두 배로 올렸다. 2012년 상병의 월급은 9만8000원이었으나, 내년에는 19만5000원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전체 병영생활관에 에어컨 3만여개를 보급하고 하계전투복, 외출용 가방 등 사병용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국민안전과 관련된 치안 역량을 높인다. 현장영상시스템을 신규로 구축하거나, 기동순찰대를 현 50개소에서 60개소 늘리기로 했다. 또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5억원에서 17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렸다. 이 밖에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는 등 미세먼지 저감대책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사회 분야는 저출산 극복 및 민생 안정에 대한 요구를 반영해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경제 분야는 성과 중심으로 효율화하고 미래성장동력 창출 위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