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2일 이란 테헤란 밀리드타워에서 K스포츠재단의 태권도 시범단 공연을 본 후 공연단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 野,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권력형 비리' "철저히 밝힐 것"
박근혜 정부 임기 4년차, 권력형 비리의혹이 또 터졌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 출연금 모금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차은택 CF 감독 등 측근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씨는 앞서 지난 2014년 '비선실세 정권개입 의혹'을 받았던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자, 최태민 목사의 딸이다.
두 재단은 지난 해 10월과 올해 1월 재벌들이 800억원 가까운 거금을 내 만들었다.
재단 설립은 신청한 지 하루 만에 허가가 나왔고 제출 서류 역시 서로 베낀 듯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막강한 권력이 그 배후에 있다는 지적과 함께 최순실씨가 거론되고 있다.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자신이 단골로 드나들던 스포츠 마사지센터원장을 앉힌 것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두 재단의 설립과정의 특혜의혹을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국정조사와 특검도입까지 거론하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야권은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두 재단 관련자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벼르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권력실세들에게 내는 수백억의 돈이 과연 자발적 모금인가? 전경련이 지난 어버이연합 모금에 이어 또 이런 식의 모금에 참여했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전경련이 청와대의 지시나 혹은 권력실세들의 협조요청을 받으면 돈을 모금하는 모금기구로 전락한 것이 아닌지 이 문제를 다뤄야겠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이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다. 남은 대정부질의, 국정감사기간 중에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져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이 김대중 정부 시절 박정희 기념관 건립과정을 전하면서 기업 모금이 쉽지 않음을 설명하며 막강권력이 배후에 있음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전경련에서 30억을 모금한 것 외에는 어떤 기업도 모금되지 않았다"며 "그때 저는 박정희 대통령이 18년간 집권했고, 많은 재벌을 탄생시킨 대통령이기 때문에 200억 정도는 단숨에 모금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되질 않았다. 그러다가 MB정부 말,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니까 약 1000억이 모금 되어 현재 상암동에 박정희 기념관을 건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 박근혜 대통령이 권력의 부침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재벌들이 한-중 FTA 후속대책으로 합의된 농어촌상생기금에도 돈 한 푼 내지 않는다. 근데 대기업 재벌들이 800억을 자발적으로 냈다고 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힐난했다.
박 위원장은 "항간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건재한 진짜 이유가 두 재단의 탄생 내막을 깊숙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이것은 제2의 일해재단이고, 박근혜 일해재단"이라며 "우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서도 철저히 파헤치겠지만 국정감사에서도 관계 상임위에서 철저히 파헤치겠다"고 압박했다.
이어 "만약 지금처럼 청와대가 발뺌을 하고 솔직히 밝히지 않는다면 우리는 국정조사 또는 검찰고발, 특검으로 정권 말기 권력 비리를 철저히 국민 앞에 밝히겠다"고 경고했다.
야권의 총공세 예고에 따라 소관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두 재단에 대한 설립과정과 기부금 모금 내역 등에 대해 집중적인 추궁이 이어질 예정이다.
◈ 靑-與 "정확한 근거 없어…부당한 정치공세"
청와대는 21일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설립과 최순실씨 권력형 비리의혹에 대해 "부당한 정치공세"라며 "해명하고 대응할 가치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권력형 비리' 주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며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씨가 우병우 민정수석과 헬스트레이너 출신인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에 관여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액세서리를 선물했다는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언급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이 같이 '무시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은 '정확한 근거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단모금이나 운영에 권력이 끼어들었다고 하면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면서 "모든 것을 권력형 비리로 비화시키려는 부당한 정치공세이자 정치 쟁점화를 위한 노림수"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역시 "근거 없는 허위주장을 일삼고 있다"며 "무분별한 정권흔들기식 정치 공세를 연일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하고 전경련이 주도하여 만든 재단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하는 것은 의혹만 부풀리려는 정치공세이자, 범경제적, 범문화적 차원의 공익적 활동을 위해 노력한 전경련의 선의의 의도를 정치공세로 폄하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 대변인은 "무엇보다 비선 실세를 운운하며 마타도어식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대선을 앞두고 의혹을 부풀려 정권을 흔들려는 얄팍한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야당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은 공허할 뿐이며 전형적인 야당의 정치공세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야당은 정쟁에만 몰두하지 말고, 민생과 안보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