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이틀 째인 27일에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사진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
김영우 국방위원장 "전쟁 나도 국방위 열어야" 당 지도부 '만류'
집권여당의 사상초유의 국정감사 '보이콧'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결의안 단독 처리에 반발, 국감 거부와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 이정현 대표 단식 등을 펼치며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 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이 27일 '비상시국'인 상황에서 소신에 따라 당 방침을 깨고 국감을 진행에 나서려고 하자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급기야 국방위원장실에 김 위원장을 가두는 사태까지 치닫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소속의 김영우 의원은 국감 이틀째인 27일 동해상에서 훈련 중 추락한 헬기 사고 등 위급 상황을 설명하며 국방위원회를 진행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의원총회를 통해 김 위원장의 뜻을 반대하며 당 방침대로 소속 의원들의 '국감 불출석'을 거듭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당 소속 국방위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저는 오늘 오후부터 국정감사에 임하기로 했다"면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위해 분투하시는 모든 의원님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제가 생각해왔던 의회민주주의 원칙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면서 "국회는 상임위 위주로 운영돼야하고, 특히 국정감사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저는 국방위원장으로, 전날 밤에도 국토와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동해상에서 훈련 중이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와 승무원 3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라며 "저는 그저 제 양심과 소신이 시키는 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초선 때 처음 국회에 들어오면서 정치가 이제는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했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저부터 기본을 지키지 못해왔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변인을 두 차례나 지내고 국방위원장을 하면서 '국방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을 줄기차게 해왔다"며 "전 제 발언에 책임져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당 방침 이탈이) 저의 소영웅주의가 아니다. 거창한 이념이나 시대정신을 말하는 게 아니다"면서 "그저 기본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의 위협이 더 한층 가중되고 있는 상태에서 국방위 국감마저 늦추거나 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장병들이 누구를 믿고 근무와 훈련에 임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의총에서 김 위원장에게 “당론을 따라 달라"고 설득했지만 끝내 김 위원장은 국방위 국감 복귀 뜻을 강하게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의총 후, 기자들에게 "제가 국방위원장 아니겠나. 전쟁이 나도 국방위원회는 진행이 돼야한다. 운영이 돼야 한다는 게 제 소신이고 그게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라며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당론으로 진행 중인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 피켓 1인 시위는 차례를 이어받았다.
김 위원장의 단독행동에 대해 당내에서는 부정적 기류가 강한 상태다.
조원진 최고위원은은 김 위원장에 대해 "모든 의원들이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지금 국방위원들이 김 위원장을 설득하고 있으니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국감 진행을 강행하면 징계도 검토할 것이냐'고 묻자 "그것은 추후에 보겠다"고 말해 향후 김 위원장에 대한 당의 징계방침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서청원 의원은 의총 후 "외국 정당에서도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대해서는 개인에 위임하지만 당론은 따르게 돼있다"고 비판했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도 "각자의 생각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당론이 모아졌으면 당론대로 따르는 게 당인으로서 도리"라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도 "당내에서 부정적 기류가 많다"고 전했다.
급기야 국방위를 열려는 김 위원장과 새누리당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대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제가 지금 국방위원장실에 갇혀 있다. 안타깝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저는 상임위원장"이라며 "이렇게 해서야 어떻게 의회민주주의를 지켜야한다는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당 소속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그는 "의회민주주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정세균 의장의 편파적인 의사진행은 분명하게 잘못된 처사였다. 의회민주주의를 경시한 행위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를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이 또한 의회민주주의에 반하는 처사다. 더구나 북핵과 미사일위협 앞에 국방위마저 열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새누리당 국방위원님들의 어려운 상황을 저도 이해합니다. 동참해 달라는 부탁도 드리기 어렵다"며 "하지만 국방위는 열려야 한다. 이점을 꼭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미리 깊이 의논드리지 못하고 오전에 달랑 전화드리고 메시지 드린 점 죄송하다"며 "위원장으로서 절차상 미숙했습니다. 이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 같은 방침과 관련, 특히 북핵과 미사일 도발, 연이은 지진 재난 등으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상황에서 안보관련 상임위마저 '거부'는 것은 집권여당으로서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더욱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은 틈만 날 때마다 경제위기와 비상시국을 내세워 왔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와 경제에 관련된 상임위마저 내팽개치는 모습은 '모순'된 행동이라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감까지 보이콧 하고 대치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라며 "걱정스럽다. 북핵이나 지진 등 국민 우려가 큰 데 국민여론을 생각 안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