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건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통한 가계부채 질 개선방안'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맞는 이야기 일까? '그렇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이른바 '착시현상'을 통해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터무니없이' 늘렸다는 얘기다.
국회 정무위 박용진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금리유형 현황'을 분석해 28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이 같은 지적을 내놨다. [아래 자료 참조]
◆…자료=국회 정무위 박용진 의원 제공
이어 명칭이 애매모호한 '혼합형금리'라는 이름의 대출잔액은 132조4000억 규모로 31.6%를 차지하고 있다. 순수한 '고정금리' 대출은 불과 21조원, 5%수준에 머물러 있다.
박용진 의원이 '정부가 수치상의 착시현상을 유도해 고정금리 비중을 대폭 높였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바로 이 대목이다. 금융위원회가 혼합형금리와 순수 고정금리 대출을 합해 이를 '고정금리 대출'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거라는 박 의원의 해석이다.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는 가계 빚에 대한 질 개선을 취지로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전환 대출에 대해 중도상환 수수료 감면 등을 추진해 왔다. 더욱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분할상환·고정금리 중심의 대출관행이 정착되면서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꾸준하게 자평해 왔다는 것. 이에 따라 올해 6월말 현재 고정금리 대출이 38.8%에 이르렀다는 발표라는 것이 박 의원의 전언이다.
박 의원은 그러나 “금융위는 과거 국내 은행들이 만기가 10∼30년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을 갑자기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고 보고 대출 후 3∼5년만 고정금리를 유지하고 이후 변동금리로 되돌아가는 혼합형 대출을 고정금리 실적으로 인정해줬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은행들은 순수 고정금리 대출을 거의 늘리지 않는 대신 실적에 포함되는 소위 '무늬만' 고정금리인 혼합형 대출을 늘려왔다고 박 의원은 강조했다. 임 위원장이 “가계부채 질이 개선됐다”고 한 말은 실제론 3∼5년짜리 한시 개선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특히 “정부 정책만 믿고 혼합형 대출자들은 최근 3∼5년간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중금리 하락의 혜택은 제대로 누리지도 못한 채 막상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자 금리 변동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대출 받은 지 1∼2년밖에 안 된 경우 대출 기간에 따라 적지 않은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어야 해 싼 금리 대출로의 전환도 쉽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박용진 의원은 “가계부채 질 개선 실적에 대한 금융위 자랑의 속을 들여다보면 이처럼 취약성을 더 확대한 측면이 있다”며 “임종룡 위원장 때문에 정부를 믿고 혼합형 금리로 갈아탄 서민들만 손해를 보게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용진 의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작년 한해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갈아탄 대출자만 1만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금리가 기준금리와 같은 폭으로 움직였다고 가정할 경우 5년 전 2억원을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은 변동금리 보다 이 기간 약 800만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박용진 의원) 한국은행은 2012년 7월부터 지난 7월까지 여덟 차례에 걸친 인하 행진을 통해 기준금리를 3.25%에서 1.25%로 2%p 낮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