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손충당금 반영하지 않는 재무 평가기준 바꿔야
"현장방문, 기관장 면접 등 실질 경영평가체계 필요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선동 국회의원(새누리당, 서울 도봉구을)은 한국산업은행이 지난해에만 1조8951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성과급을 받았다며 금융공공기관 평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29일 밝혔다.
김 의원에 의하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에도 불구하고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금융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라 각각 5530만원, 574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받게 됐다. 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임직원 모두 같은 규정에 따라 성과급 지급 리스트에 올랐다.
반대 여론 때문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임원은 결국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기로 했지만 천문학적인 손실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을 줄 수 있는 경영평가제도를 개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경영의 효율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재정부가 주관해 시행하고 금융공공기관 중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5개 기관에 대해서만 금융위원회가 주관해 경영실적을 평가한다.
재무(5점), 고객(62점), 책임경영(32점)으로 나눠 평가한 후 성과급을 부여하고 있는데 A등급 기관의 경우 기관장은 연봉 100%, 직원은 월급여 180%, C등급 기관의 경우 기관장은 연봉 30%, 직원은 월급여 110%를 지급하고 있다. D·E등급은 지급하지 않는다.
최근 3년간 금융위 주관 금융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보면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따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등급이 A등급에서 C등급으로 하락했다.
김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부실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등급 하락은 당연한 일이지만 C등급도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등급"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산업은행이 C등급을 받은 2015년 재무분야 이익목표 달성도는 139%다. 이 은행은 이보다 재무성과가 나빴던 2013년에는 109%를 달성하고도 A등급을 받았다.
김선동 의원은 "2013년 큰 손실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익목표를 초과달성했다고 평가 받은 것은 대손충당금을 반영하지 않는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을 평가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와 함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책금융 업무를 수행하면서 입은 손실에 대해서 산업은행은 전혀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됐다"며 "근본적으로 금융공공기관의 경영 개선을 담보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경영평가는 피평가기관에서 제출한 실적보고서를 3차례 회의를 통해 검토하는 절차만 거친다. 전년도 미이행 사항 점검과 지적사항 개선 대책, 발전방안 제시 등 결과보고서를 만드는 작업도 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 주관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평가 분석과 직원 7명을 중심으로 교수, 회계사, 변호사, 노무사 등 155명의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경영평가단을 구성해 약 5개월에 걸쳐 심도 있는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11인으로 구성된 경영예산심의회에서 3차례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관련 예산은 회의수당 10만원, 안건검토 수당 10만원에 불과한 것과 대비된다.
김선동 의원은 "현행 평가체계를 유지하는 이상 산업은행의 자율·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겠다는 것은 연목구어가 될 것"이라며 "재무 평가기준을 보완하고 현장방문, 기관장 면접 절차가 포함된 경영평가체계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