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가 11일 서울대병원 등을 상대로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故 백남기 농민의 사인과 관련해 '병사'로 기록한 백선하 서울대병원 교수가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교문위, '백남기 병사' 논란 백선하 교수 "소신껏 작성"…野 "의사 맞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1일 서울대병원 등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故 백남기 농민의 사인(死因)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물대포를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317일만에 숨졌음에도 서울대병원과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교수가 사망진단서에 이를 외인사(外因死)가 아닌 '병사(病死)'로 기록한 것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증인으로 나온 백 교수는 진단서는 소신에 의해 작성한 것이라고 강하게 맞서 야당의 질타가 쏟아졌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일반인인 내가 보더라도 외인사가 분명하며, 상식적이다. 왜 병원장과 주치의만 병사를 고집하느냐"며 "상식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느냐"고 백 교수를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업무 기록지를 분석한 결과 서울대병원 신창수 부원장이 직접 승압제 투여지시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전공의나 주치의가 아닌 부원장이 진료 치료에 직접 개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망진단서에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록된 과정에도 이 의무기록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특조위 이윤성 위원장도 국감장에 출석해 "외인사냐 병사냐 하는 문제에서는 외인사가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백 교수는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변경할 생각은)없다"면서 "소신껏 임했다. 어떤 외부의 압력도 받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백 교수는 "진단서는 317일간 치료를 맡았던 주치의인 저의 의학적 판단에 의거한 것"이라며 "고인은 꼭 받아야 할 치료(투석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고, 적정한 치료를 받고도 사망했다면 진단서의 내용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투석을 원하지 않았던 유족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유족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하지만 치료는 의사로서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진료에만 참여한 전공의나 환자 진료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의료인은 주치의만큼 잘 알지 못할 것"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거론되거나 할 때에는 무력감도 느꼈다"고 반박했다.
야당 의원들의 백 교수에 대한 질타는 계속됐다.
더민주 오영훈 의원은 1987년 민주화 항쟁의 촉발 계기였던 故 이한열 열사 사건을 영상으로 공개하며 "백남기 사건과 이한열 열사의 사건은 여러 가지 닮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의 최루탄과 물대포라는 차이만 있을 뿐, ▲국가 공권력에 의한 희생 ▲과잉진압에 의한 의식불명 후 사망 ▲경찰의 시신탈취 시도 ▲사망진단서 논란 등을 두 사건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오 의원은 백 교수에게 "백남기 농민과 이한열 열사의 사안을 보면서 느낀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백 교수는 "진단서를 토대로 어떻게 사망에 이르렀는지 설명은 가능하지만, 그 외 다른 사항에는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같은 당 신동근 의원은 "백 교수는 본인의 전문적 식견이나 소신에 의해서 사망원인을 정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찰의 외인사에 의한 사망을 감추게 만들고 오히려 수사 대상을 수사의 주체로 만들어주고, 사망의 원인을 가족들에게 전가시키는 비인간적인 행위를 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백 교수가 "사실과 다르다"고 하자, 신 의원은 "무엇이 다르냐, 당신 의사 맞느냐"고 힐난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부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은 "야당은 특검을 주장하지만, 특검의 목적은 결국 실체적 진실의 규명 아닌가"라며 "진상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부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특조위원장은 "미국의 존. F. 케네디 사건 등에서도 목격자가 있었지만 부검을 했다"면서 부검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 미방위, 고대영 KBS사장 고압적 자세 논란…파행 빚기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1일 고대영 KBS 사장의 고압적인 자세와 불성실한 답변 태도가 논란이 되어 정회를 맞는 등 한 때 파행을 빚었다.
KBS와 EBS 등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한 미방위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보도외압'을 한 사실이 도마에 올랐다.
앞서 야당은 이 문제를 놓고 이 대표를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했지만 새누리당의 거센 반대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KBS 보도본부장에게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대표)이 KBS 보도국장에게 외압성 전화를 했다는 내용에 대해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했는데 왜 보도를 안 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고대영 사장은 "보도국장은 보도를 책임지는 책임자"라며 "(특정 기사가) 나갔느냐, 안 나갔느냐는 것을 보도 책임자에게 묻는 것은 언론 자유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고 사장은 "저에게 묻는 것은 제가 답하겠지만 보도 책임자에게 보도 내용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질문을 문제 삼았다.
이에 유 의원은 "지금 저에게 훈시를 하는 것인가"라고 불쾌감을 드러냈고 고 사장은 "제 입장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 의원은 다시 보도국장에게 "답변하라"고 요구하자, 고 사장은 보도국장을 향해 "답변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은 고 사장의 고압적 태도를 비난하며 증인의 증언을 명백히 방해한 행위라며 정회를 요청했다.
새누리당 소속의 신상진 미방위원장은 유 의원의 정회 요청을 받아들여 "잠시 정회를 하고 이 상황에 대해 논의한 후 다시 속개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미방위 국감은 고 사장의 고성으로 30분 정회됐고 이후, 고 사장은 "언론 자유라는 본질적 가치를 지키려다 보니 표현이 강했고 증인에 대한 질문을 방해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간사인 김경진 의원은 "고 사장의 행동은 국회에서의 증언과 감정 등에 따른 법률에 의해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더민주 간사인 박 의원 역시 "국감 초기부터 기관장이 고압적인 답변태도를 보이고 있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불편하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 유 의원 질의에서 확인됐다"면서 "이 같은 답변 태도가 계속되면 법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은 "고압적인 질문 태도나 피감기관을 마치 범죄자처럼 몰아붙이는 구태 국감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법조항을 언급하며 징역을 운운하는 건 일종의 협박으로 의원들의 반성이 먼저 돼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고 사장은 세월호 당시 이정현 전 수석의 보도외압 논란에 대해 "대형 재난이 났을 때 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당시 KBS 간부들의 대응이 적절치 않았다"며 청와대 입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