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미르, 미르' =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조세정책에 관한 논의는 뒷전으로 한 채 미르재단과 관련된 의혹 논쟁만이 있었다. 사진 위 왼쪽부터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한 지적·보완대책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고,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를 대상으로 두 재단의 특혜비리에 대한 날선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불거진 법인세율 인상 논쟁에선 주도자 역할을 했던 야당은 빠진 채, 정부·여당만이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유를 들며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기재위 국감 자리에서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과 관련해 증인으로 참석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을 향해 "미르와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전경련(자금모금) 뿐 아니고 문화체육관광부(설립허가), 기획재정부(지정기부금단체), 법원(등기) 등 전방위적으로 국가기관들이 동원되는데, 이러한 기관들을 전체적으로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는 기관은 청와대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지난 4일 전경련이 미르와 K스포츠를 해산하고 대체할 신규 통합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전경련이 그동안 두 재단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을 접고 전경련이 기업들을 동원했다는 것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따져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 두 재단에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준조세에 해당하는 거액의 금액을 가져다 바쳤다"라며 "이런 재단은 부패클럽의 온상으로 마땅히 지정기부금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도 "기업들이 노동자의 피땀으로 벌어들인 돈을 미르재단에 기부하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라며 "기금을 모은 것은 준조세를 걷는 것과 같다. 국세청의 유사기관인데 (전경련을) 없애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과정에서의 의혹에 대해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검찰 수사 중에 있기 때문에 말하기 곤란하다"고 즉답을 회피했다.
야당은 이 같은 증인 답변 태도에 대해 '답변할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언성을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재판에 관여할 목적이라면 (답변을)안해도 되겠으나, 그런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도 막무가내로 답변을 못하겠다고 한다면 (이것은)국회 회의장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죽했으면 여당 의원마저 증인의 답변 태도를 지적했다. 정병국 새누리당 의원은 "(이승철 부회장 답변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미르 공방 힘겨루기서 빠진 정부·여당
정부와 새누리당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과 특혜 의혹 등을 둘러싼 야당의 비판에 대해 대응하지 않고, 법인세율을 인상할 수 없다는 부분에만 집중했다.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은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해 "지금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다수의 나라들이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는데, 우리만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재정·통화정책의 확장적 기조와 부합되지 않는다"라며 "한마디로 법인세율 인상은 경제 기본 상식에도 맞지 않는 경제활성화 발목잡기"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광림 의원은 "그동안의 OECD 여러 나라 중에서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하나도 없다. 그리스나 일부 망한 국가만 올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율 인하(25→22%)한 이후에 일시투자세액공제 폐지, 최저한세율 인상, 고용창출세액공제 폐지 등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들며 법인세율 인상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현재 경기상황과 국제경쟁력을 봤을 때 지금은 법인세율을 인상할 때가 아니다"라며 "실제 귀착이 되는 것은 근로자와 투자자에게 귀착이 되는 세금으로 이런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위 국감 증인으로 참석한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법인세율 1% 인상하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게 되고 고용감소도 발생한다"라며 "전 세계에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뿐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