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VS與政…법인세율 '평행선' 논쟁

1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법인세율 조정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당의 온도차가 확연했다.

야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2008년) 법인세율을 내렸지만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낙수효과'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며 법인세율을 제자리로 되돌려야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특히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기부금 모금 과정과 연계해 법인세 인상을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었느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반면 정부는 세율을 올리는 인위적인 '증세(增稅)'에 대해선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여당도 '경제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행위'라는 비판을 내놓으면서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냈다. 특히 법인세 인하 이후에 민간투자를 비롯해 근로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며 낙수효과가 없다는 야당의 지적에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법인세 감세 혜택에도 고용창출은 미미하게 나타난데 반해, 대기업 사내유보금은 증가하는 등 부작용만 커졌다"며 "국회 예산정책처와 경제전문가 55명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2012년 법인세 감세효과가 없었다라는 응답이 70%였다"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어 "우리나라 법인세가 주요 국가들보다 명목세율과 실효세율까지 낮은 이유는 각종 공제나 감면으로 인해 기업들이 많은 특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도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도 "법인세율을 1% 인상해도 인상분이 미미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기부할 수 있는 기업에게는 전혀 부담 되지 않는다"며 "법인세 인상 반대 논리는 허구임이 드러났기 때문에 기업들은 더 이상 법인세 인상을 반대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부겸 의원은 국내 상위 10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글로벌 기업들의 실효세율과 차이가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국가적 과제를 생각하면 어딘가는 부담을 더 해야 하는데, 여유 있는 대기업들로부터 (증세를)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은 "우리나라는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비율이 높다"며 "세율을 조정해 공평한 과세를 통해 나라가 발전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은 "(법인세율 인하 이후)2009년에 민간투자와 외국인 투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은 법인세 인하 효과가 있다고 본다"라면서 "30대 기업의 연 평균 근로자 증가는 5.2%로 일반기업 2.4%보다 높았고, 인건비 증가도 7.7%로 일반기업 2.2% 높았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서 "현재 경제상황과 국제 경쟁력 등 문제로 봤을 때 지금은 법인세 인상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대기업에 대해 좀더 (법인세를) 올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 많은 걸로 아는데 대기업 실효세율은 실제로 상승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에 이어 부가세까지…조세제도 손질 '질책'

복지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으로 부가가치세 등 주요 세목의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앞으로 추가적인 재정수요를 무엇으로 메꿀 것인가, 법인세도 소득세도 못 올린다고 하는데 분명한 것은 이제는 세제를 움직여야 한다"면서 "1977년 도입된 부가세를 40년 동안 10%로 계속 묶어서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재정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다면 조세부담률을 2~3% 올리는 조세 체제에 대한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이에 대해 "부가세 세율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세부담율을 더 높일 수 없기 때문에 세율 인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가세 세율에 대한 연구를 중장기 세제 방향으로 연구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새누리당 최교일 의원은 "고용계획서를 제출하면 1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하고 그러는데, 고용투자 세제지원이 명목상에 그치지 않도록 검증을 해야 한다"라며 "근로장려금 및 출산장려증대 확대, 접대비 한도 확대 등을 하겠다고 하는데, 민생안정에 대한 세제개편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같은 당 정병국 의원도 "외국인투자기업 조세혜택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다. 내국 기업에 대해 역차별을 가져올 수 있다"라며 "외투기업 고도기술 인증을 분야별 나열식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없는 기술을 미리 선정해서 (세제지원 조건에)부합된 기술에 대해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민생 부문과 관련된 세제지원에 대해선 "세제로 민생안정의 노력을 해야겠지만 지출이 조금도 집중되어야 한다. 세제도 신경을 많이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으며, 외투기업 조세감면 제도에 대해서도 현 경제상황에 맞게끔 고쳐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모르쇠' 일관하는 이승철, 野 '부글부글'

미르·K스포츠재단 논란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상근 부회장에게 공세가 쏟아지기도 했다. 대다수 야당 의원들은 전경련이 이 두 재단의 설립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실세가 개입됐는지의 여부를 묻는 질의가 주를 이루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미르·K스포츠재단은 내후년까지 기부금 모집계획을 세웠는데 규모가 약 1000억원에 이르고 사실상 대기업 회원제 클럽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완전 부패클럽"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재단 설립 과정에 전경련뿐만 아니라 기재부와 법원 등 국가기관을 모두 동원해 정치적으로 한꺼번에 움직일 기관은 청와대밖에 없지 않느냐"고 추궁했다.

이 같이 재단 설립 의혹과 관련해 질의가 이어졌지만 이승철 부회장은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답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답변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박계 새누리당 이혜훈 의원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지정기부금 단체 철회는 기재부 장관의 고유 권한인데 주무부처 핑계만 댄다"며 야당의 공세를 거드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