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14일 국제금융센터(BIFC)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며 땀을 닦고 있다.
모뉴엘 대출사건 징계대상자 57명 중 홍영표 수석부행장 포함
홍 수석부행장, 수은 징계위원회 의장으로 직원 55명 솜방망이 처분
금융감독원이 모뉴엘 대출사기 징계대상자로 지목한 수출입은행의 임원이 같은 사건의 징계위원회 의장이 돼 셀프 징계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구로을)이 기획재정부와 수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금감원의 모뉴엘 대출 사기사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수은 수석부행장이 같은 사건 징계위원회 의장 자리에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지난 2014년 3조원대 대출사기가 일어난 '모뉴엘 사태'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해 기획재정부와 수은에 징계대상자를 통보했다. 이 리스트에는 홍영표 수출입은행 수석부행장 등 57명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그 후 수출입은행은 홍 수석부행장을 징계위원회 의장으로 임명했다. 또 다른 임원인 김성택 경협총괄본부장도 징계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해 모뉴엘 사태 징계위원회를 진행했다. 이 뿐 아니라 홍 수석부행장은 지난해 승진했다.
징계의 전권을 가진 홍 부행장과 김 본부장은 수은의 모뉴엘 대출사건 징계 대상자 57명 중 5명만 징계했다.
박 의원은 "모뉴엘 사태 책임자에게 솜방망이 처분을 한 행장에게 징계를 하고 모뉴엘 대출 사기사건 연루자에 대해 다시 징계 처분을 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모뉴엘 사태에 책임을 져야할 수은 임원들이 '셀프 징계'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수은의 도덕적 해이에 기재부의 책임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
모뉴엘 리스트를 통보 받은 기재부가 수은 임원에게 직접 고강도 징계를 내릴 수 있음에도 '수은 규정에 따라 대상자를 징계할 것'만을 수은에 통보하는 데 그쳤다는 것.
박 의원은 "기재부가 금감원의 통보를 단순히 수출입은행에 전달하는 식의 징계 통보는 기재부가 법에 따른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출입은행법 제39조 3항은 '기재부 장관은 수출입은행 임원이 수출입은행의 건전한 경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임원에 대해서 업무집행의 정지, 해임 및 경고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39조 5항에 따르면 '기재부 장관은 직원이 수출입은행의 건전한 경영을 크게 해치는 행위를 하는 경우에 은행장에게 면직, 정직, 감봉, 경책 등 문책처분을 요구'할 수 있다.
기재부는 당시 "재발방지를 위해 징계대상자를 엄중하게 처벌했고 면직, 정직, 감봉 등 중징계가 10명 이상"이라고 밝혔지만 57명의 징계대상자중 홍 수석부행장을 포함한 수은 임원 2명에 대해서 올 3월 경고 처분만 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