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주인들은 오지 않고... =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사상초유의 '국감 보이콧'으로 20대 국회 첫 국감은 '반쪽국감'으로 시작됐다.
'민생국감', '정책국감'을 다짐했던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사상 최악의 국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폐막을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제20대 국회 첫 국감 성적은 어떨까?
지난 15대 국회부터 국감 감시를 해온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올해 국감에 과감하게 'F'라는 최하위 점수를 매겼다. 'D'를 맞아 최악의 국감이라던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었던 2015년 국감보다 더 낮은 점수가 매겨진 것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바뀐 정치지형에서 열린 첫 국감으로 국민적 기대를 받았지만 국감 직전 터진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 의혹 문제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갈등이 불거지면서 국감은 파행을 거듭했고 공전했다.
급기야 국감 막판까지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일면서 여야 갈등은 극으로 치닫고 있다.
□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없다' 與 보이콧…野 반쪽 국감 = 특히 집권여당은 국감 시작부터 정국을 '살얼음판'으로 만들었다. 지난 달 26일부터 시작된 20대 국회 첫 국감에서 새누리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야당 단독 처리를 문제 삼아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를 거부하자, 해임건의안을 상정한 정세균 국회의장을 겨냥, '의장' 칭호를 뺀 채 '정 의원'이라고 격하하며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정활동의 꽃이라는 국감을 집권여당이 사상초유로 보이콧을 하면서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민생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일로인데다, 북핵과 미사일 도발로 안보마저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에서 의회의 파행을 여당이 주도하자, 민생과 안보를 내팽개친다는 국민적 분노가 높아졌다.
무엇보다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으로 연일 문제들이 터져 나오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뒤로한 채, 보이콧을 한 것이어서 '의혹 감추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내에선 국감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친박 강경파의 기세에 눌렸다.
집권여당으로서 국정에 책임지는 자세보다는 '정파적 이익'에만 골몰한 모습이었다.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이 당론을 거스르고 안보 위기를 지적하며 국감에 나서려고 하자, 김 의원을 감금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비공개 단식' 7일만인 지난 2일 응급차에 실려가고 있다.(사진 새누리당)
□ 與 대표의 최초 '비공개 단식 농성' = 여당의 폭주는 보이콧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이정현 대표는 국감 시작일인 지난 달 26일부터 정 의장 사태의 부당함을 부르짖으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그의 단식농성은 국회 로텐더 홀에서의 공개가 아닌 이례적으로 '비공개' 단식 농성이었다.
이 대표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응급실 신세를 지며 단식을 마쳐야했다.
이 대표의 단식농성은 그저 박 대통령의 '칭찬'을 듣기 위한 것이라는 조롱까지 나왔다. 실제 이 대표는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달 30일 위로 방문한 이틀 후인 지난 2일 응급실로 호송됐다. 김 수석은 이 대표에게 "(박 대통령이) 건강 걱정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 =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으로 권력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 (사진 뉴스타파 화면 갈무리)
□ 파행의 연속, 野 '공세'vs 與 '방어'만 하다 끝난 국감 = 가까스로 정상화된 국감이지만 의혹과 정쟁만 난무했다. 파행 역시 반복됐다. 야당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연일 공세하며 정권을 압박했다. 여당이 의혹 관계자인 최순실씨와 차은택 광고감독,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증인채택'을 철저히 막은 탓도 있지만 야당의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두 재단에 대해 하루도 안 되어 허가를 내린 문화체육관광부를 감사하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감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교문위는 국감 기간 내내 재단 의혹 관련 증인채택을 둘러싸고 여야 간 '난타전'을 치렀다.
지난 6∼7일 16개 시·도교육청에 대한 국감을 열었으나, 교육현장의 문제점은 이슈가 되지 못했다. 교문위 국감은 새벽까지 이어지며 의원들이 열성을 보였지만 여야의 감정싸움만 깊어질 뿐이었다.
야당은 의혹제기만, 여당은 증인채택을 막는 데만 급급했다.
야당은 비선실세로 지목되는 최순실씨와 차은택 감독,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을 비롯해 최 씨 딸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의혹을 알아보기 위한 최경희 이대 총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안'을 제출, 증인채택 저지에 나섰다.
안건조정위 절차(국회법 제57조)는 재적 상임위원 1/3 이상이 신청하면 90일간의 조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도록 한다. 결국 교문위는 일반 증인을 한 사람도 채택하지 못했다.
□ '함량미달' 공방전, 막말-호통에 성희롱 발언까지 = 국감 때마다 등장하는 무책임한 허위폭로와 막말 등도 어김없이 터져 나왔다. 함량미달의 공방과 성희롱 발언까지 나오면서 '정책국감', '민생국감'의 목표는 신기루가 됐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교문위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의원을 향해 성희롱적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자신의 발언에 야당 의원들이 웃자 유 의원을 향해 "왜 웃어?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희롱했고, 유 의원이 항의하자 "지금도 불쾌하다면 정중히 사과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
함량미달의 공방 역시 끊이지 않았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시진)은 이른바 'MS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서울시 교육청의 MS(마이크로소프트)오피스와 '아래아 한글' 구매와 관련 '한글' 수의계약을 문제 삼으려 했던 이 의원은 이 둘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은 채 "무조건 입찰하도록 되어있는데, 일부러 거기와 수의계약 했다"라고 질타했고 조 교육감은 '거기'를 MS본사라고 이해하고 "MS오피스를 어디서 삽니까. MS사 외엔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 의원이 부정확한 질의를 했고 조 교육감은 질문의 취지를 오해하고 엉뚱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이 야당 소속의 조 교육감을 망신주기 위해 지나치게 호통을 치고 다짜고짜 "왜 핑계를 대냐",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사퇴하라"고 윽박지르는 행태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을 놓고 관련 없는 사안들을 끌어 들이면서 여야의 감정 깊은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 4일 서울고검 등에 대한 법사위 국감에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가족 반대로 부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도 부검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라며 맞받아쳤다.
막판까지 정쟁은 계속됐다. 새누리당은 17일 법사위 국감에서 최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논란을 고리 삼아 '문재인 때리기'에 나섰다. 앞서 지난 14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는 '송민순 회고록'을 법사위 국감에서까지 쟁점화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송민순 회고록'이 북한 인권문제가 법무부와도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야당은 "색깔론=낡은 정치"라며 맞받아쳤다.
□ 근거 없는 폭로, 증인들의 고압적 자세 논란 = 근거 없는 폭로전 역시 계속됐다.
더민주 어기구 의원은 지난달 29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중소기업청·특허청 국감에서 "최동규 특허청장의 아들이 LIG 넥스원에 특혜 채용됐다"고 폭로했지만 동명이인으로 밝혀지자, "착오를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또한 증인들의 고압적인 자세와 불성실한 태도도 논란이 됐다. 지난 달 30일 교문위 국감에서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화장실에서 자신을 겨냥한 야당의원을 겨냥, "내가 안하고 말지, 새파랗게 젊은것들에 이런 수모를…"이라고 발언한 것이 들통나 비난을 받았다.
◆…미르재단 기금 모금 마련에 깊숙이 개입한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지난 11일 KBS와 EBS 등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한 미방위에서는 고대영 KBS사장의 고압적 자세로 정회를 맞기도 했다.
더민주 유승희 의원이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세월호 보도에 문제제기를 한 '보도외압'논란에 대해 현 보도국장에게 질의하자, 고 사장은 보도국장을 향해 "답변하지 마"라고 가로막았다.
야당은 고 사장의 고압적 태도를 비난하며 증인의 증언을 명백히 방해한 행위라며 정회를 요청했다.
또한 미르재단 기금 모금 마련에 개입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지난 12일 기재위 국감에서 "수사 중이라 말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해 여야 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 막판까지 '막장'…'송민순 회고록' 논란 與 전매특허 색깔론 '맹공' = 18일 현재 국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여야의 갈등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은 '송민순 회고록'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야권 대선주자 1위인 '문재인 때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순실-우병우 권력 비리 의혹 등으로 지지율까지 급락,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송민순 회고록'을 고리로 극단적 언어를 총동원하며 국면전환에 '올인'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