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손자회사 공동지배 금지'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21일 지주회사 제도 개선을 위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에는 지주회사의 '판단요건 변경' '최소지분율 상향' '손자회사 공동지배 금지' '부채비율 제한' '사업연관성 없는 손자회사 보유 금지'가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자료=국회 정무위 채이배 의원실 제공

그러나 2007년 두 차례에 걸친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이 같은 행위제한이 대폭 완화됐다. 제도는 이에 따라 경제력 집중을 심화하는 부작용과 함께 조세혜택 (지주회사 전환 때 현물출자 양도차익 과세이연)을 누리며 지배주주의 지배권이 강화되고 경영권을 세습에 악용되고 있다고 채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 올해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범 한진그룹의 사례를 들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채 의원에 따르면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지분율 9.63%는 '한진칼'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17.83%로 확대됐다. 최은영 회장과 그 자녀의 한진해운 지분율 5.5% 또한 '한진해운홀딩스'와 '유수홀딩스'로 두 차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최종 36.1%까지 지분이 늘어났다는 것.

한진그룹에서 현재는 완전히 분리된 조남호 회장의 한진중공업 지분율 15.37% 역시 '한진중공업홀딩스' 전환 과정에서 46.5%로 (자기주식 17.67% 활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채 의원은 “지주회사 체계는 지분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장점보다 돈 들이지 않고 지배권을 확대하고 경영권 상속을 쉽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은 지주회사 여부 판단에서 현행 계열회사의 최다출자자로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 외에 보유중인 계열회사 주식 전체를 기준으로 주된 사업요건을 판단토록 바꾸었다. 이 때 주식 가치 기준은 현행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치'로 산정토록 하고 있다.

채 의원은 이를 통해 “실질적인 주식 소유를 통해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면서도 지주회사 규제에서 빠지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채 의원은 또 “해외 지주회사의 경우 합작 같은 특수 목적이 아닌 이상 대체로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 지주회사는 적은 지분으로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데 활용되는 문제점이 도사린다”고 말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지분율을 비롯한 행위규제를 지주회사 제도 최초 입법 당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개정안에서 되살렸다고 그는 설명했다. 개정안은 이에 따라 자회사 및 손자회사에 대한 최소 지분율을 현행 상장 20%, 비상장 40%에서 상장 30%, 비상장 50%로 상향됐다.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제한 역시 현행 자본총액의 2배에서 자본총액 만큼으로 변경했다. 또 자회사가 수행하는 사업과 사업연관성을 갖춘 손자회사만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채이배 의원은 공정거래법 제정 때의 허점으로 인해 두 자회사가 손자회사를 공동 보유·지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계열사 간 리스크 전이 차단'이라는 지주회사제도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 개정안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토록 했다고 채 의원은 언급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기존 지주회사체제 그룹은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지분율을 높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그룹은 (손)자회사의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채 의원은 “이러한 (손)자회사에 대한 소유집중의 결과로써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방지하고 그룹의 전문화가 가능하며 지주회사 제도를 이용한 지배권 강화 및 경영권 세습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동발의에는 강병원, 기동민, 김경진, 김종훈, 박선숙, 박용진, 박준영, 박지원, 서영교, 송기헌, 이철희, 임종성, 전혜숙, 채이배, 천정배, 최경환, 추혜선 의원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