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가 걷잡을 수 없는 형국으로 치달아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인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까지 사전에 받아보고 수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자, 여야 모두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최순실 게이트 특검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JTBC는 전날(24일) 보도를 통해 최씨의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최씨가 청와대의 대통령 연설문 44개를 공식 발표 전에 미리 받아보고 수정했다고 확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박근혜 정부 국정철학을 반영했다는 '드레스덴 연설문'은 물론, 허태열 비서실장 등 비서진 교체 내용이 담긴 '국무회의 말씀' 자료까지 보관되어 있었다.
특히 여당인 새누리당은 최씨가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자료 등을 미리 받아보고 수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이 같은 보도 내용을 지적하며 "직접 해명하시라"고 압박했다. 정 원내대표는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소명하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정당국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새누리당은 필요한 어떤 추가 조치들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특검' 수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또한 "연일 쏟아지는 뉴스를 보며 차마 머리를 들 수가 없다"며 "집권여당 지도부 한 사람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정 원내대표는 "청와대 사람들 누구도 사실 확인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보도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더 이상 참담한 수렁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절박한 심정"이라고 개탄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봉건시대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고 성토했다. 또 "우리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을 마주하고 있다"며 "최순실씨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국기문란"이라고 비난했다.
남 지사는 박 대통령을 향해 "먼저 대통령께서 (진실을)밝혀야 한다. 국민 앞에, 역사 앞에 두려운 마음으로 밝혀야 한다. '나는 모른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새누리당도 이 일을 덮는데 급급해서는 안 된다. 야당과 협력해 빠른 시일 안에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야당 역시 박 대통령을 향해 '진실'을 밝힐 것을 압박하며 맹렬히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최 씨를 국내로 소환에 조사를 받게 하고 나아가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추 대표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까지 사전에 받아보고 수정한 것에 대해 "왕조시대에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 같다"고 성토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이 오늘 해야 할 일은 단군 이래 최악,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국기문란 ·국정농단 의혹사건인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먼저 사과하고 철저히 해명하고 당장 최 씨를 국내에 소환해서 조사를 받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은 이제 의심을 넘어 경악하고 있다"면서 "지난 몇 년 동안 대한민국은 어떻게 움직여진 것이냐. 최순실이 권력 1위, 정윤회가 권력 2위라는 이야기는 대체 무엇이냐"고 일갈했다.
추 대표는 "국민에게는 대통령의 '개헌놀이'보다 민생이 절박하다"면서 "국기문란과 국정농단, 비선실세들의 발호를 뿌리 뽑고 시대착오적인 색깔론에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이제는 박 대통령이 수사대상"이라며 "아무리 현직 대통령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진실을 밝혀야 한다. 박 대통령 말고는 이 진실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박 대통령의 입장을 압박했다.
특히 "국가기밀이 최씨 컴퓨터로 흘러들어가서 또 어디로 갔을지 알 수가 없다"며 "그동안 NLL부터 여러 가지 국가기밀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를 괴롭힌 당사자들이 그 시간에 이런 짓들을 했다는 것에 대해 참으로 이런 국기문란이 또 어디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성토했다.
그는 "왜 최씨가 연설문을 수정하게 하고 읽었는지 직접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박 대통령을 압박했다.
나아가 "청와대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윤호중 정책위의장에게 물었더니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이 업무컴퓨터를 가지고 이메일을 외부로 보내면 국가정보원에 바로 걸린다고 한다. 민정수석이 감찰을 한다"며 "아무리 봐도 대통령이 직접 보낸 게 아니고서야 국정원이 모르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박 대통령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정말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 근데 특별감찰관이 있어야 이런저런 수사를 할 텐데 감찰관도 없고 감찰관보도 없다"며 "대체 어디에서 조사해야 할지도 참, 민정수석도 조사 대상이다. 그것도 답답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하라고 얘기는 하지만 수사 주체가 검찰이 될 수 있느냐"며, "(특검 발의를) 의논해보자"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역시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농단이고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한다고 하지만 최순실씨가 (독일로) 도망쳐버렸기 때문에 개헌안도 누가 수정해주겠는가. 최순실 없는 개헌안은 아마 제안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실체를 밝히는 데 국회가 나서야 하고 우리 당이 앞장서겠다. 진실을 규명하고 그 전에 청와대가 이실직고하고 박 대통령의 자백이 필요하다"며 "누가 최순실과의 연결고리였으며, 대통령은 이것을 알고도 이렇게 했다고 하면 국민 앞에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그는 개헌론을 제기한 박 대통령에게 "만약 청와대가 개헌을 하려고 하면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