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체크카드·현금 포함) 사용금액에 대해 소득공제 해주는 조세특례제도가 일몰(폐지)의 위기를 넘기고 재연장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근로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며 신용카드 소득공제 적용기한을 연장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하지만 공제혜택을 놓고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 조세특례 제도에 대해 심층평가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단계적으로 정비의 필요성이 제시되면서 일몰을 연장하는 대신 공제한도를 내렸다. 전 소득계층이 아닌 고소득 근로자에 한해서다. 소득이 클수록 세제혜택을 더 많이 받아 서민·중산층 간 조세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치권은 현 수준의 공제혜택을 유지시키는 안을 대거 포진시킨 상태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에서 제시된 3년 연장하는 안을 비롯해, 아예 일몰기한을 없애자는 내용도 담겨져 있었다. 이 조세특례에 따른 한해 조세지출액은 2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조세지출액을 매년 줄어들게 설계한 반면, 정치권에선 세금을 깎아주는 양을 늘린다는 것이다.
0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의원발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4건이었다.
현재 신용카드 사용분에 대해서는 근로자의 총급여액의 25%를 초과한 금액의 15%를 소득공제(한도 300만원, 전통시장 및 대중교통 사용액 각 100만원 한도 추가 인정)해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찬열 의원안은 이 조세특례의 공제한도를 그대로 두고 일몰기한만 2019년까지 3년 연장을, 같은 당 박병석, 조정식의원은 각각 4년, 5년의 일몰 연장을 제시했다. 더민주 백재현 의원은 일몰기한을 없애고 '영구화'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반면 정부안은 총급여 1억2000만원 초과 구간의 공제한도를 200만원으로 낮췄고, 7000~1억2000만원 이하 구간은 2019년부터 50만원 깎은 공제한도(250만원)를 적용받도록 했다. 7000만원 이하 구간은 현 300만원의 공제한도를 계속 유지시켰다.
사실 이 제도는 '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해 자영업자의 세원을 노출 시키겠다'는 정책 목표를 상당부분 달성했다는 평가다.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신용카드 사용액은 2005년 158조6000억원에서 2014년 385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현금영수증 발급액도 같은 기간 18조6000억원에서 91조6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정책 목표가 달성했음에도 정부와 정치권이 이 조세특례 제도를 없애지 못한 데는 근로소득세 부담 증가로 조세저항이 야기될 우려가 있어서다. 2014년 기준 과세대상 1663만명 중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를 신청한 인원은 825만명(50%)에 이른다. 자녀,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등 주요 공제항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인원이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고 있다.
공제혜택을 줄였을 때 지급수단이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결제(소비) 자체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조세특례에 따른 올해 조세지출액은 2조원(1조9321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제한도를 낮춘 정부안이 적용될 경우 2018년과 2019년에 1조9081억원, 2020년엔 1조8362억원으로 조세지출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의원안은 공제혜택을 현 수준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조세지출액이 매년 늘어날 여지가 있다.
'비과세·감면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와는 다른 행보다. 일각에서는 야당에서 고소득 증세(增稅)를 외치는 상황에서, 이 조세특례 제도가 고소득 공제혜택이 쏠리는 현상 심각하다는 지적을 외면하긴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국회 내에서도 이 공제제도에 대해 정책 목표 달성 여부와 세원확보 필요성을 감안해 설계해 가야한다고 언급되고 있어 선심성 조세지출은 이루어지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제도 개정으로 인한 조세지출 축소 규모는 작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소득자에 대한 공제액이 줄어든 대신에 중고자동차 구입금액이 소득공제 항목에 포함되면서 공제액이 늘어나게 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로 2018~2019년(징수 기준) 각 240억원, 2020년 959억원 규모의 조세지출액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