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추천설, 검찰 수사 '장악' 의도 지적
박근혜 대통령이 일요일이었던 지난 30일, 전격적으로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다. 비선실세 의혹의 중심 최순실의 전방위적 국정농단에 정치권과 여론의 인적쇄신 요구에 응답한 것이다.
하지만 비서실장을 공석으로 놔둔 채 우병우 민정수석 후임으로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사진)을 우선 임명한 것을 두고 검찰 수사 '장악' 의도라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8일 밤늦게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을 포함한 수석비서관 전원과 문고리 3인방(정호성 부속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에 대한 사표 제출을 지시했고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전격적으로 후속 인사 조치를 내렸다.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박 대통령이 참모들의 사표부터 수리한 건 취임 이후 처음이다. 권력의 핵심부들을 일거에 물러나게 한 후 박 대통령은 신임 민정수석에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홍보수석에 배성례 전 국회 대변인을 내정했다.
□ 최재경, BBK 무혐의 처분 후 '승승장구'…檢 '최순실 수사' 장악 의도(?) = 최 신임 민정수석 내정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검찰 수사 '장악'이 목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탄핵과 하야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도 주말 동안 '속도전'을 치른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장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민정수석은 조직 장악력이 강한 특수통 출신이다.
대구고를 나온 TK(대구경북) 인사이기도 한 그는 사법연수원 17기로 김수남 검찰총장과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1년 후배다. 그는 대검찰청 중앙수사(중수)부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중수부장 등 특수의 주요 직책을 거쳐 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뛰어난 수사능력과 판단력으로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200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재직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비비케이(BBK) 사건'을 수사하면서 관련자 대부분을 무혐의 처분해 '정치 검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승승장구했던 검찰 인사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 시절에는 세종증권 매각 비리 수사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형인 노건평씨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했다. 또 효성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2009년)을 무혐의 처분, '봐주기 수사' 논란을 일으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공안부를 관할하는 3차장 시절에는 2009년 '미네르바 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중수부장 시절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주장에 반발한 바 있다. 때문에 최순실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 野 "최재경 내정, 檢 통제 의도" '기춘대원군' 새 비선 의혹 제기 = 야당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우병우 시즌2"라고 힐난했고 국민의당은 "검찰통제의 의지만 드러난 인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야당은 최 민정수석 내정 역시 또 다른 비선실세의 '작품'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기획수사'를 지적하며 "짜맞추기식 시나리오조차도 외부에서 진행된 의심이 강하고 지금 청와대 인사나 수습책조차도 또 다른 비선실세에 의지하고 있는 거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혹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혹자는 딴사람이 거명 된다"며 김 전 비서실장이 또 다른 '비선'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수사의 핵심에 있는 우병우 전 수석은 압수수색에서 제외되어 있고, 검찰이 최순실씨 입국을 미리 알고 있음에도 긴급체포를 하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이 장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파문 수습을 주도하는 인물로 김 전 실장이란 말이 퍼지고 있다.
김 전 실장이 최 민정수석을 추천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 전 실장은 지난해 2월 퇴임까지 1년6개월 동안 현 정부 최장수 비서실장이며 '정윤회 비선신세' 의혹 파문 당시에도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박 대통령이 이를 막을 만큼 신임이 두텁다.
□ 김기춘, 세월호-정윤회 파문 당시도 살아남아 = 임명된 지 얼마 안 돼서 '기춘대원군'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을 장악했다. 또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검찰의 유병언 수사와 관련해 구원파로부터 '우리가 남이가'라는 플래카드를 걸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비서실장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된 바 있다.
최 민정수석의 삼촌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와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 원로자문모임인 7인회 멤버다. 최 수석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당시 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을 해서 물러난 최구식 전 한나라당 의원과도 사촌지간이며 친박 핵심인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과 고교 선후배 사이이며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과도 친분이 있다.
최 민정수석이 김 전 실장과 친박 진영과 가까운 인사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여당 입장에서는 검찰 사정라인을 장악해 박근혜 정부의 최대 위기를 타개할 적임자로 보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사 출신인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도 '새로운 비서실세' 등장을 제기하며 "아마 그 사람이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도 민정수석으로 추천하지 않았나 싶다. 대통령이 과거에 판단을 의지했던 인물이 다시 현재의 공백을 치고 들어와 전체적인 조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병우 수석의 힘이 빠지면서 전체적으로 대통령이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재경 수석은 현 정부 들어와 검찰총장 후보로도 물망에 올랐었다고도 한다"며 "물망에 올릴 정도 사람이라면 아마 그 때 당시 청와대의 핵심에 있었던 사람이 아닐까 싶다"고 추론했다.
특히 김 의원은 "여전히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선임했다고 하는 것은 수사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지 파악하고 그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