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31일 국정운영 마비 사태에 대한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가졌으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강한 야당 비난에 10분 만에 결렬됐다.
'이정현 지도부' 흔들…정진석 의장-3당 회동서 '몽니'
새누리당 이정현 지도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국민적 비판에 '혼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 목사까지 연결되면서 '샤머니즘', '입신(入神)' 등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까지 폭로되는 양상으로 치닫자, 뒤숭숭한 분위기다.
여기에 '탄핵'과 '하야'에 대한 국민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비박계는 친박 강경파인 '이정현 지도부' 총사퇴를 거듭 압박했다.
비박계 의원와 일부 친박계 50여명은 31일 오전 긴급 회동을 갖고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으로 이정현 지도부 퇴진을 요구했다. 국정농단의 구체적 정황이 나오고 있음에도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 지도부가 버티기에 들어가자,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날 최순실 국정농단 수습방안을 위한 회동에는 김무성 전 대표와 지도부 중 유일하게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도 참석했다. 또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이혜훈, 주호영, 권성동, 김세연, 김학용 의원 등 당내 비박계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 비박계-일부 친박, '이정현 지도부' 퇴진 촉구 = 특히 김세연·김영우·오신환 의원 등은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을 결성해 '이정현 퇴진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현 사태를 견제하지 못하고 청와대 눈치만 본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며 "야당과 국민이 동의하는 거국내각 구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비박계 회동에서 "재창당 수준의 국민이 납득할만한 조치가 당에서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이정현 대표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이날 비박계 모임 직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첨석해 "오늘 아침 많은 의원들은 현재의 지도부를 가지고선 이 사태를 수습하기가 매우 매우 힘들다는 이런 것이 대다수 여론이었다"고 이 대표에게 직접 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 비박계의 지도부 퇴진 요구를 거듭 거부했다.
이 대표는 당사에게 기자들에게 "당 지도부는 편하고 좋고, 대접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다. 조직이 어려울 때 책임감을 갖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의무"라며 "어려울 때 자리 두고 도망가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다. 지금은 이 사태를 수습하는 것이...(먼저)"라고 강조했다.
□ 대변인-홍보본부장-여의도연구원장 사의 표명 지도부 '흔들' = 친박 강경파인 조원진 최고위원도 "사태 수습이 우선이다. 당 지도부는 우선 책임감을 갖고 사태 수습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현아 대변인과 오신한 홍보본부장, 김종석 여의도연구원장까지 이 대표에게 사의를 표해 내부 균열은 계속될 전망이다
세 의원은 이날 청와대의 진상규명 협조와 야당과 국민이 동의하는 거국중립내각 구성 추진과 함께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는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의 성명서에도 이름을 올렸다.
□ 정진석 '몽니'…국회의장-3당 회동 10분만에 퇴장 = 새누리당의 '멘붕' 상황은 정국 수습책을 논의하기 위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도 이어졌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정 의장과 여야 3당 간 회동을 시작하자마자, 거국중립내각 제안과 특검 도입에 야당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맹비난하며 야당과 설전을 벌였다.
이에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 10분 만에 회동은 결렬됐다.
정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자청, 야당을 강도 높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야당이 주장한 거국중립내각안을 대통령께 건의한 것을 두고 야당이 "진상규명이 먼저"라며 거부한 것에 대해 "야당도 국가적 위기를 수습하는 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어떻게 국가적 위기를 볼모 삼아 정치공세로 일관해서 되겠느냐"고 쏘아붙였다.
□ '진상규명 먼저' 요구하는 野에 "하야정국 만들어야 한다는 거냐" = 또 "특검도 저희 당이 수용하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무슨 특검을 임명한다고 야당이 그런다. 대통령이 입맛에 맞는 특검을 어떻게 추천할 수 있겠느냐"라며 "야당 측의 모든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했는데, 즉시 걷어차 버린 이유는 무엇이냐.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냐. 하야·탄핵정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저런 이야기 하면 난 못 한다"며 "반성은커녕 오자마자 정치공세 한다"라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정 원내대표는 실랑이를 벌이다 의장실을 퇴장해버렸다.
그러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그래서 우리 셋이 하자고 했잖아"라고 정 원내대표를 힐난했다.
□ 정 의장 "회담 무산, 유감"…野 "與 원내대표가 갈등조장" = 정 원내대표가 퇴장한 뒤 정 의장과 우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10여분 간 논의 시간을 가졌다.
이후 정 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회동은 초유의 국가 리더십 위기를 맞아 국민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국회 본연의 임무인 예산과 민생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면서 "회동을 시작도 하기 전에 여당이 자신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퇴장해 회담을 무산시킨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저런 태도로 무슨 상황을 수습하겠다는 것이냐"라며 "거국중립내각을 하려면 왜 하려고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해야지 설명도 안하고 나가버리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힐난했다.
박 원내대표 역시 "갈등을 풀어가야 할 여당 원내대표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일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