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법인세 인상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은 "법인세=부자세" 라고 규정짓는 것 자체가 법인세를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들불처럼 일고 있는 법인세율 인상 논란에 대해 국내 경제학자들은 한 목소리로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법인세 인상은 급증하는 복지지출 재원을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법인세를 올림으로써 조세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주장은 법인세 자체에 대한 아주 위험한 접근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2층 사파이어룸에서 '법인세 인상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 발표는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사회는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이 맡았다.
토론회 패널에는 학계 인사 3명(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이영환 계명대학교 세무학과 교수)과 국책기관 인사 1명(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참여했다.
"법인세에 대한 잘못된 인식 팽배…세율단일화나 세제정상화 우선"
발제자로 나선 조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부자세'라고 인식되는 현 기조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사람들이 법인세를 인하효과로 대기업이 혜택을 봤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비과세 공제감면 축소로 4조~5조원의 세수가 확보됐다는 자료도 있다"며 "법인세 인하가 대기업들의 배만 불려주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또한 그는 "법인세 인하로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았다는 주장들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30대 그룹들의 2008~2015년 연평균 투자는 5.2% 증가했고 고용 역시 5.2% 늘었으며, 인건비 또한 7.7% 증가했다"며 이같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어 조 선임연구위원은 국제 지표를 들어가며 한국의 법인세 인상론자들의 맹점을 꼬집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경쟁국이라 할수있는 중국, 대만, 싱가포르 등도 각각 8%p, 3%p, 3%p 의 법인세율을 각각 인하한 바 있다"고 밝히며 "심지어 복지선진국이라 불리는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들도 6%p, 4.3%p, 1.5%p의 세율 인하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은 GDP 대비 법인세수의 비중이 높고 세수입의 법인세 의존도도 높은 편"이라며 "국내외 모든 경제·정치·사회 환경을 고려할때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1.3%p 낮춰 '법인세율 정상수준'에 맞추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법인세 정상화'란 '법인세를 글로벌 기준에 맞추는 것'이라고 명명하며 국내 법인세율 인하와 세제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OECD 국가 중 24개국이 단일 과세체계를 유지하는 등 국제적 추세는 단일세율로 가는 추세"라고 말함과 동시에 "영국·일본 등 OECD 27개국이 채택하고 있는 영토주의 과세체계로 전환한다던지 소득원천간 세부담 격차를 축소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세제정상화에 좀더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법인세 인상 논란에 대해 발제 발표를 하고 있다. 조 선임연구원은 법인세가 복지지출 재원마련을 위한 용도나 조세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법인세 인상 논란…"법인세 증세론은 한계 있다"
조 선임연구위원의 이같은 주장에 현장을 방문한 많은 전문가들도 동의표를 던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중들이 법인세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정책방향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일고 있는 인상 논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펼쳤다.
김 교수는 "복지지출이 급증한데 필요한 재원을 법인세에서 찾으려고 한다는 것 부터가 이미 복지지출 예산을 정책적으로 미리 확보하지 못해 불똥이 튄 격"이라고 말하며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증세리스크를 제대로 제거해 똑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법인세로 소득불평등 해소를 논하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하며 "국내 조세형평성이 악화된 이유는 직접세 체계가 제기능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므로 개인소득세 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법인세 인상 반대론을 역설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선진국은 기업규모가 커짐에 따라 실효세율 부담이 줄어왔으나 우리나라는 반대로 실효세율 부담이 늘어왔다"고 밝히며 국내 기업들의 실질 부담이 결코 작지 않음을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또한 "일부에서 '법인세는 초과이윤에 대한 순수 이윤과세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감가상각은 경제적 감가상각이어야 하고, 기업 생산성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등의 아주 강력한 가정이 전제되었을때뿐인 얘기"라며 인상론자들의 논의 가정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법인세 인상은 단기적인 세수확보를 가능케 하겠지만 항구적인 재원 조달이 될 수는 없다"며 "복지지출 재원이 필요하다면 모든 세목을 다 열거해 놓고 필요한 세목을 선별해 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히며 장기 세정정책의 방향성을 가리켰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성 교수는 "지니계수나 다른 불평등도 지수는 결과상 차이만 나타낼뿐 인풋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결과상 차이만으로 조세정책을 재단하기엔 섣부를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성 교수는 "일부에서 'R&D세액공제 같은 결과치만으로 대기업이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같은 결과적 차이만 놓고 판단한 것일뿐"이라며 "정부가 세액공제나 투자진흥책을 사용하는 이유는 시장실패에 대한 일종의 교정차원이기에 이를 갖고 비판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라고 못박아 말했다.
이영환 계명대 세무학과 교수 역시 앞선 토론자들의 발언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교수는 "법인세를 올리면 그 귀착은 결국 주주나 근로자 등이 지게 된다"며 "Gross-up의 존재 이유처럼 법인세 인상은 결국 이중과세의 문제로까지 귀결될 수 있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MB정부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3%p 인하했으나 정부와 국회에서 각종 비과세 감면축소 및 정비를 단행해 실질적으로는 법인세를 인상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쩔 수 없이 증세가 필요하다면 조세 왜곡이 상대적으로 적은 세목을 선택해야 하며, 따라서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 순서대로 증세를 펼치는게 맞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