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인상보다 최저한세율을 올리는 것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파가 덜 하다."
거야(巨野)가 재벌기업을 겨냥해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율 인상이 '세계적 추세와 맞지 않다'는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각종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과세소득이 있을 경우 일정금액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최저한세율'을 올리는 방안이 새삼 조명 받고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율을 낮춘 나라는 18개국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율을 올린 국가는 6개국이었는데, 이들 국가 대다수가 재정위기에 직면해 세금을 어쩔 수 없이 더 걷어야 했다.
명목세율(법정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측에선 이를 근거로 '한국만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 때문에 명목세율 보단 실효세율(실제 내는 세금 부담률) 인상이 수월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으니 낮으니' 하는 평가가 따라붙지 않아서다.
인위적으로 세율을 올리긴 하나, 비과세·감면을 줄여 실효세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와도 부합되는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0월19일 현재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을 담은 2건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안은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구간의 최저한세율을 현행 17%에서 18%로, '100억원 초과~1000억원 이하' 구간은 현 12%에서 14%로 올리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로 연간 3500억원 규모로 세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B정부 시절 명목세율을 낮췄는데도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임금 확대에 돈을 쓰지 않고 있으니, 법인세 환원을 통해 세금을 더 걷어 저소득층에 돌려주자는 복안이다.
같은 당 이언주 의원안도 1000억원 이하 구간에 대해선 현 수준보다 2%p 올리도록 했으며, 1000억원 초과 구간은 19%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 의원은 "대기업(재벌)에 대한 적정수준의 증세를 통해 조세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비과세·감면 혜택이 일부 대기업에 쏠리고 있다는 이유로, 이들 기업에 대해 법인세 실효 부담을 높이는 조치가 이루어진바 있다. 2012년에 과세표준 1000억원 이하 구간의 실효세율이 11%에서 12%로, 10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은 14%에서 16%로 인상됐다. 불과 1년 뒤엔 10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은 1%p 더 올랐다.
정치권 내에선 명목세율 인상보다는 최저한세율을 올렸을 때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덜해 세수입 효과가 클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명목세율과 실효세율의 격차가 줄어든 부분은 입법화 과정에 걸림돌로 존재한다.
정부에 따르면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의 실효세율은 2012년 18.3%에서 2013년 18.0%로 소폭 하락한 뒤에 2014년 18.7%, 지난해 19.2%까지 올랐다. 명목 최고 세율(22%)과 비교했을 때 해마다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최저한세율 인상은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이중 인상'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최소한의 조세부담액을 올리려는 조치가 되려 공평과세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대기업이 적용받는 조세감면 혜택을 더 줄여 MB정부 시절 낮췄던 법인세율의 환원 효과를 보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대기업이 지출한 R&D(연구·인력개발)와 고용창출투자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낮추는 안을,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이 조세특례 감면 대상에서 연 사업소득이 5000억원이 넘는 재벌 기업을 제외시키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