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득세가 '독립세'로 전환되면서 지방자치단체에 부여된 세무조사 권한이 '무효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지방소득세 세무조사권한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려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세무조사권 박탈은 지방자치를 퇴보 시킨다'는 비판에 막혀 좌절됐었다.
하지만 단 1년만에 양상이 달라졌다. 전 지자체를 관장하는 행정자치부에서 오히려 세무조사권 일원화 추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국세-지방세 세무조사권 이원화로 인해 빚어졌던 논란과 혼란이 일원화 입법을 통해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19일 현재 국세와 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을 공유하고 중복 세무조사를 원천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등 3건의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우선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은 국세청이 세무조사 등을 통해 전국 공통사항인 소득·법인세의 과세표준을 확정하면 지자체도 이를 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지자체가 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에 대한 세무조사, 질문·검사 및 보고·자료제출 요구를 하지 않도록 했다.
같은 당 심재철의원안(국세와 지방세의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은 지자체가 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들 모두 "납세자의 과도한 세무조사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법안 발의의 취지였다.
앞서 2013년 말 지방세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소득세 금액을 매기기 위한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가게 됐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세무조사 권한까지 지자체가 갖게 됐다.
문제는 하나의 기업소득에 대해 국세청과 지자체로부터 중복 세무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기업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이 과세처분의 적법성을 다툴 때 종전에는 국세청만을 상대하면 됐으나, 현재는 사업장 소재 모든 지자체를 상대로 불복제기를 해야만 한다.
각 지자체들이 지난해 4월 '세무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내부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으나, 실제 '이중 세무조사' 사례가 곳곳에서 튀어나오면서 중복 세무조사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 같은 부작용을 바로잡기 위한 세무조사 일원화 방안은 지난 19국회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정행정위원회에서 심의된 바 있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세무조사를 국세청에만 일임하는 것은 당초 지자체에 조세권과 세무권을 준 취지와 어긋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관련 상임위 야당 의원들도 시·도지사협의회 주장을 받아들여 심의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7월 중소기업중앙회는 '행정자치부장관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를 열고 지방소득세의 세무조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요구사항을 전달했는데, 행자부가 이 같은 중소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 건의를 반영한 개정안은 의원 입법 형태로 발의됐으나 사실상 정부안이나 다름없다.
이에 안팎에서는 올해 국회 논의과정에서 세무조사 일원화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국회 내부에서 국세청과 지자체 간 세무조사 대상을 조정하는 방식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할 때 지자체에 통보해 지자체 공무원들은 지방세목을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즉 국세공무원들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원팀'을 이루어 각각 맡은 분야의 세무조사를 담당한다는 복안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