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안 숭실대학교 교수가 기자들을 대상으로한 회계세미나에서 강의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제공)
전규안 숭실대 교수, 회계기자 세미나서 강조
자유수임제 하에서 제대로 회계감사가 이뤄지려면 감사보수기준이 먼저 설정되고 감사환경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자유수임제는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이 외부감사인인 회계법인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전규안 숭실대학교 교수는 2일 오후 여의도에서 한국공인회계사회 주최로 열린 '제2차 기자 회계세미나'에서 "현 자유수임제 하에서의 감사보수 결정 과정은 시장실패의 대표적 사례"라며 "감사품질 대신 가격경쟁을 부추겨 감사품질을 떨어뜨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최저감사보수를 설정함으로써 감사품질 제고와 감사실패 해결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최저감사보수 설정을 디딤돌로, 현재처럼 자유수임제 하에서 감사보수가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회계감사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의 감사환경이 뒷받침돼야 감사보수의 자율결정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전규안 교수는 감사보수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회계감사 비용부담자이자 외부감사인 선임권자인 기업이 회계감사 서비스의 수혜자가 본인들이 아닌 주주, 채권자, 과세당국 등 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그래서 기업이 회계감사 비용을 최대한 적게 내려고 하는 것이며 이로부터 감사보수 체계가 오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균 시간당 감사보수는 2006년 9만7000원에서 2015년 8만원으로 되려 17.5%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물가상승률만 고려해도 2015년 시간당 감사보수는 최소 12만1056원 정도는 돼야한다고 주장한다.
전규안 교수는 "감사보수가 줄어드는만큼 감사품질도 하락하기 마련"이라며 "이같은 이유에서라도 감사보수기준 설정이 우선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더불어 회계감사 보수기준은 경쟁제한 즉, 가격담합의 규제대상이 되어서도 안된다. 회계감사는 공익성을 갖고 있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규제대상에 포함될 경우 품질상승에 제동이 걸리기 때문"이라고도 강조했다.
감사보수 규정은 1967년부터 1999년까지 '공인회계사보수규정'이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에 존재했다. 그러나 보수규정은 1999년 2월 '카르텔 일괄정리법'이 제정되며 사라진 바 있다.
또 전규안 교수는 감사환경 개선의 첫걸음으로 "기업 내 감사위원회가 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감사위원회가 감사인 선임에 대해 갖던 권한을 승인권에서 선임권으로 상향시키는 등 실질적 조치가 행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교수는 "기업내 감사위원회가 CEO나 CFO를 실질적으로 독립적인 위치에서 견제할 수 있는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이 가장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손성규 한국회계학회장 또한 지난 9월 8일 열린 '2016 제1차 기자 회계세미나'에서 "감사위원회는 회사 경영진이 제시한 재무제표 등에 대한 감사업무를 수행하며 그 결과가 담긴 감사보고서를 자기책임 하에 최종적으로 주주총회에 제출해야 하므로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사위원회는 회사 경영인을 모니터링 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독립성 또한 중요하다. 감사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감사기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첨언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감사위원회가 감사보고서를 단순형식적으로 검토하거나 회사 내부의 중대한 결함을 알고서도 방치함으로써 분식회계 등 부실감사가 발생할 경우 해임권고 및 검찰고발 조치하겠다고 지난 7월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감사위원회의 직무수행 소홀정도와 위법행위의 수위를 따져 해임권고 조치가 부과될 예정이다.
감사위원회가 위법행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묵인·방조하는 등 고의성이 다분할 경우에는 해임권고와 더불어 검찰고발 조치가 부과될 방침이다.
감사위원회의 포지션이 중요함에도 감사위원회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아니해 부실감사가 발생한 경우, 그간 외감법 등에 구체적 조치기준이 미비해 감사위원회에 대한 제재가 융통성 있게 실행되지 못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이 세미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인회계사회 제공)
최중경 회장은 "지금은 우리경제가 바로 나가야할 시점"임을 강조하며 "건강한 시장경제 조성을 위한 정보는 모두 올곧은 회계에서 나온다. 회계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경제는 망가질 수 밖에 없으며 경제가 바로 서려면 회계부터 바로 서야한다"고 곁들었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총 2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전규안 숭실대학교 교수가 '감사보수기준, 이래서 필요하다'를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2부에서는 윤용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외부감사 제도의 바람직한 개선방안에 대한 법률적 측면에서의 검토'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간담회에는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외에 장영철 한국공인회계사회 선출부회장,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 등도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