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정구정 한국세무사회 공익재단 이사장(전 세무사회장)이 사임하고 경교수 전 세무사회 부회장이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된 것에 대해 세무사회원들 사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공익재단 이사장직을 새로 선출되는 세무사회장에게 넘기겠다고 스스로 약속한 것이 벌써 지난해 6월인데, 여태까지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다가 결국 생뚱맞은 인물에게 이사장직이 넘어가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정 전 회장이 이사장직을 내려오면서 내놓은 '사임의 변'도 이제껏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에 대해 명확한 설명은 커녕 감정적인 호소로만 가득차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세무사회 관계자들이 공익재단 이사장 교체건에 대해 전혀 통보받은 바 없고, 주변인들의 말을 통해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공익재단의 폐쇄적인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궤변으로 가득찬 전임 이사장의 '사임의 변'
정 전 회장은 사임의 변에서 "제가 이사장을 사퇴하고 새로운 이사장을 선임하려면 법률에 따라 제반절차(정관개정 등)를 거쳐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있다"며 "보건복지부 승인과 제반절차(정관개정 등)에 따라 시일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동 한국세무사회관 5층에 위치한 한국세무사회 공익재단.
하지만 세무사회 공익재단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공익재단 정관 제16조(임원의 선임) 2항에 따르면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호선에 의해 선출한다'고 되어있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지난 1일 오전에도 (공익재단)이사회를 한 줄만 알았지 무슨 안건이 상정되어 처리되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날 오후 늦게서야 주변에서 말을 해주는 것을 듣고 알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 전 회장은 "보건복지부 승인과 제반절차(정관개정 등)에 따라 시일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고, 매년 12월10일 세무사회관에서 거행되는 생활비 및 장학금 전달식에서 이사장직을 이취임하는 전통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중략) 지난해 회장선거 직후인 7월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12월10일 열리는 공익재단 행사에서 이사장직을 이취임하는 전통을 만들기 위해 약속을 지키는 것을 미뤘다는 것이 정 전 회장의 주장이다.
그런데 왜 작년 12월10일에도 이사장직을 이양하지 않았을까?
정 전 회장은 "공익재단을 제안하고 설립한 제가 공익재단이 안정되지 않은 가운데 임기를 마치치 않고 중도에 그만두는 것은 공익재단 발전과 한국세무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만류에 따라 지난해 이사장직에서 물러나지 못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12월 열린 한국세무사회 공익재단 출범식 및 제1회 지원금 전달식.
정 전 회장이 도중에 이사장직을 그만둘 경우 공익재단과 세무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사들의 만류가 그 이유라는 것이다. 1만2000여 세무사회원들과 맺은 약속과 이사들의 만류 중 후자가 정 전 회장에게 더 중요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세무사회와 단절된 공익재단 운영…"이사장 교체 전혀 몰랐다"
한편 세무사회측은 공익재단 이사장 교체건과 정관 개정 건을 다음날인 1일 오후에서야 공식적인 통보도 아닌 주변인들의 말을 통해 접했다고 밝혔다.
회원들의 회비로 조성된 수 억원의 돈이 매년 흘러들어가고 있는 공익재단 운영이 매우 폐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애초 백운찬 현 세무사회장을 공익재단 이사로 임명하고, 이후 호선으로 백 회장을 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선출하면 간단하게 이양할 수 있는 것"이라며 "1만2000여명의 회원들이 매년 4만원씩 내고, 매년 수억원의 세무사회비가 공익재단으로 흘러들어가는데 경교수 세무사가 이사장을 하다니 기가 막힐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익재단 이사였던 이창규, 최규환 세무사가 빠지고 경교수, 이동일 세무사가 중간에 이사로 임명됐다고 하는데 이 부분도 언제 이렇게 됐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경교수 세무사가 이사진에 들어온 것은 여차하면 차기 이사장으로 선출한 포석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순실씨와 그 측근들이 한 행태와 이것(공익재단)이 무엇이 다른가"라고 전했다.
한 공익재단 이사 또한 공익재단을 둘러싼 이사들의 행태에 비판을 가했다.
한 공익재단 이사는 "대체 왜 자꾸 일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애초에 공익재단이 세무사회 안에 있기 때문에 그 설립에 동의한 것이다.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교수 신임 공익재단 이사장은 "(세무사회)공익재단은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세무사회는 세무사법에 따라 설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별개의 단체다. 공익재단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 세무사회에 보고, 통지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