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일부 세무대리인들의 탈세 조장 사실을 적발하고도 제재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세무조사 운영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마포세무서는 지난 2014년 12월 성실신고확인 대상자였던 모 법인의 세금신고내역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이중으로 필요경비가 계상된 사실을 발견했다.
조사결과, 이 법인은 7억원 규모의 세금계산서 등 적격증빙을 갖추지 않았다. 당시 해당법인의 세무대리를 맡았던 A세무사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 '적격증빙 수취의무 제외대상'으로 허위 기재해 성실신고확인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마포세무서는 현행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징계요구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징계요건조사 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허위로 성실신고확인서를 제출한 A세무사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9월 광주지방국세청은 유통과정을 어지럽힌 혐의로 모 법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 이 업체가 매입한 폐의류(5억원 상당)가 적격증빙이 없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업체의 세무대리를 담당했던 B세무사는 매입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자료가 없음에도 허위로 성실신고확인서를 제출했으나, 광주국세청은 성실의무 위반 혐의를 알면서도 제출경위 등에 대한 징계요건조사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성실의무를 위반한 세무사에 대해 기획재정부 세무사징계위원회에 징계요구하는 제재방안을 마련하고, 세무조사 과정에서 세무사 징계요건 검토업무를 태만히 한 공무원은 징계처분(경징계 이상)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연짱' 세무조사로 납세자 피말린 국세청
현행 법상 동일한 과세 기간 동안 같은 세목에 대해 중복세무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는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관리감독 소홀로 지방국세청, 일선 세무서가 여러 납세자에 대해 중복세무조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월 이후 세무조사를 받은 법인(개인 포함) 중 같은 세목·과세기관에 대해 조사를 받은 455개 법인을 선정해 중복조사 여부를 점검한 결과, 일선 세무서가 조사 착수 전 중복조사에 해당하는지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45건 중 100건(22%, 법인 23건·개인77건)의 세무조사에서 중복조사 검토조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특히 전체의 10건(법인 3건, 개인 7건)은 명백한 탈루 혐의 등 중복조사가 허용되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불구, 중복세무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부터 올해 5월 현재까지 납세자가 중복조사를 이유로 35건에 대해 조사 중단을 요청했으며, 납세자보호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국세청은 29건에 대해 조사 중단 시정명령을 내렸다.
감사원은 "지방국세청이나 일선 세무서가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한 중복조사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중복적으로 세무조사를 하는 일이 없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철저한 관리감독을 권고했다.
세무조사 착수 지연…'형평성' 도마 위
국세청이 정기세무조사를 벌이면서 일부 법인에 대해 명확한 기준 없이 착수·종결을 지연하고 있었던 정황도 포착됐다.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한 뒤 가급적 1년 내에 조사를 착수해야 한다'는 국세청의 내부 지침이 무색할 정도다.
감사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1년~2015년) 간 조사대상 선정일로부터 1년 이내 조사에 착수한 비율은 지난해 고작 65.5%에 그쳤다. 이 비율은 2011년 91.7%에서 2012년 90.7%, 2013년 82.7%, 2014년 67.4%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를 중지하는 방식으로 조사기간을 연장했다는 사실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착수시기에 따라 다음 정기세무조사 대상 선정 여부가 결정되다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선정된 법인을 이후 연도에 선정된 법인보다 늦게 조사 착수·종결해 차기 조사대상 선정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조사 착수 시기 등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운영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와 함께 세무조사 기록은 향후 조세불복 등에 대비해 일정기간 보존해야 하는데도, 주요 사항을 부실하게 기재됐다거나 증거자료 보관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감사원은 이에 "세무조사 및 조사종결업무 관련 기록물이 30년 또는 영구 보존·관리되도록 하는 등 기록관리기준표를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