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한국은행
이번달 기준금리 동결은 시장에서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최근 펀드매니져, 애널리스트 등 채권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조사한 '2016년 11월 채권시장지표'에서도 99%가 동결을 전망했다.
금리동결을 전망한 이유는 ▲ 가계부채 급증 ▲ 미국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 증가 등이다. 정부가 8·25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한 지 두 달이나 지났지만 가계부채 증가세의 불씨는 더욱 거세졌다. 10월에 가계에 은행에서 빌린 돈은 오히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모기지론 양도분을 포함한 가계대출 잔액이 695조7000억원으로 9월보다 7조5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한은이 가계대출 총량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10월 이후 지난해 9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올 7월부터 8월까지 가계부채는 8조6337억원 늘었고, 8월부터 9월까지 6조745억원 늘며 증가폭을 줄였지만 이번달 다시 9조원으로 증가폭이 벌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연말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은도 지난 1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를 중심으로 민간신용의 확장 국민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진단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가 부동산 매수 수요 증가를 견인해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낀 것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견인했다. 경기 부진 속에서도 주택경기는 수도권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일을 기록하는 등 과열되고 있다.
한은 입장에서 최근 가계부채의 절대규모와 증가 속도가 부담스러운 수준에 다다른 만큼 가계부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금리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와 함께 오는 12월 미국의 금리인상이 유력해지고 이로 인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금리인하를 제약하는 요소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거나 중국 등 신흥국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지난 8일(미 현지시각)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 금리인상에 제동이 걸릴까'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 날 한국 증시도 출렁였다. 9일 국내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장 중 22원 급등했고 주식시장에선 코스피가 45포인트(2.25%)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최근 경기상황이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초래할 혼선 등을 고려하면 연준이 '점진적 금리 인상'이라는 기존 정책노선을 그대로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주요 연준 의원들의 12월 금리인상 주장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재정정책 실행이 금리인상 경로를 더 가파르게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또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앞으로 2~3년간 저금리가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12월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에 합리적인 시기"라고 주장했다.
시카고 연은 총재는 "경제 상황이 예상대로 간다면 내년 말까지 세차례 이상의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정치적인 변화와 무관하게 연준의 독립성이 보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묶어놓을 것이라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냈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경기 하향조정 폭이 2% 중반대까지 내려갈 경우 한국은행이 정책공조 측면에서 한 차례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0.2%대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느려지면 한은은 내년 3월경 금리 인하를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