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미청구공사 공사예정원가 관련자료 못받아 감사리스크"
대우건설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기말감사까지 충분히 소명"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3분기 실적보고서에서 '의견거절' 의사를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14일 공시한 대우건설의 2016년 3분기 실적보고서에서 "공사수익, 미청구(초과청구)공사, 확정계약자산(부채) 등 주요 계정의 적정성여부에 대한 판단을 위해 충분하고 적합한 증거를 제시받지 못했다"며 재무제표에 대한 검토의견을 표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진회계법인과 대우건설의 설명에 따르면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분식회계의 위험에 대해 대우건설측이 시간이 부족했든지 성의가 부족했든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얼마나 심각한 사안이기에 외부감사인이 감사대상 기업에 낼 수 있는 의견(적정·한정·부적정·의견거절) 가운데 최악인 의견거절을 선택했을지 의문이 남게된다.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안진이 문제삼은 항목 가운데 가장 민감한 부분은 미청구공사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청구공사액은 발주처와 합의가 안된 공사비로 향후 손실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는 자산이다. 따라서 이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예정원가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하는데 대우건설이 관련자료 제출이 미흡해 외부감사인이 분식회계의 위험이 높다고 보고 아예 의견을 거절했다는 것이 회계업계의 분석이다.
안진회계법인은 분기보고서 말미에 대우건설 3분기 보고서를 보는 이용자에게 수주산업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별도로 주의를 강조하고 있어 이런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미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회계사가 구속되는 등의 곤혹을 치룬 안진회계법인이 지난해 분식회계 판정을 받은 대우건설에 대해 더욱 엄격하게 회계감사를 진행하고 있어 이같은 결과가 빚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분식이 의심되는 미청구공사나 확정계약자산과 발생예정원가 규모 등에 대한 질문에 "고객비밀보호유지의무때문에 더 이상 자세한 얘기를 할 수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 매출채권 3조 중 미청구공사 2조…영업자산이 전체자산 50%
안진측이 문제를 제기한 '미청구공사'는 정상적으로는 건설사와 발주처간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기성고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게 원칙이다. 이러한 미청구공사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수주업계에서 문제가 된 것은 건설사의 실책으로 예정공사비를 크게 초과하는 공사비가 소요되었지만 발주처가 공사비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하는 미청구공사액이다.
예를들어 1조원에 수주한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들어 1조3000억원의 공사비가 투입된 경우 발주처로부터 초과된 공사비를 보전받지 못하면 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이 부분을 손실로 잡지않고 자산인 미청구공사로 계상한다면 공사가 완료되는 시점에 '회계절벽' 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발주처로부터 공사비를 못받았어도 공사금액에 대한 합의는 이뤄져 채권으로 확보된 공사미수금과는 이런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대우건설의 미청구공사잔액이 매출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 부담을 느껴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우건설은 이번 3분기 매출채권을 3조476억원으로 계상했다. 이중 미청구공사잔액이 2조158억원으로 매출채권 전체금액의 3분의 2가 미청구공사이다.
뿐만아니라 대우건설은 영업관련 자산의 비중이 높아 외부감사인으로선 감사리스크가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는 것이 회계업계의 전언이다.
대우건설의 3분기보고서에서 매출채권에다 재고자산 1조2526억원, 장기수취채권 1조633억원을 포함하면 영업관련자산이 5조3635억원으로 전체자산 10조 457억원의 50%를 넘어간다.
영업자산은 향후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자산이지만 다른 한편 회수가 안되는 부분은 모두 손실로 인식을 해야하기 때문에 영업자산이 과도한 것은 위험신호라고 회계전문가들은 설명한다.
■ 대우건설 15일 주가 13.7%하락…매각작업 차질 우려
안진은 이번 분기보고서에 함께 기재된 지난해 회계수치에 대해서도 본인들과 무관하다는 설명도 분기보고서에 명시해 선을 그었다. 이와함께 올해부터 금융당국으로부터 대우건설의 회계감사법인으로 지정을 받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이 감사한 대우건설의 작년 분기보고서와 반기, 연간 감사보고서는 모두가 적정의견을 받았다.
한편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의 3분기 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표한 것이 밝혀진 15일 대우건설의 주가는 급락세를 보여 전일보다 13.7%하락한 5810원에 마감됐다.
재계에서는 안진의 의견거절 사태로 대우건설의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지속될 경우 대우건설의 매각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우건설측은 "안진이 요청한 세부자료를 제출했지만 자료에 대한 이견이 있었고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며 "예정원가율 산정절차가 모든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안진이 이를 엄격하게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이와함께 "기말 감사전까지는 충분히 소명해 적정의견을 받도록 하겠다"며 "이번 일로 건설업의 합리적 회계기준을 수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