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최근 임환수 국세청장이 최순실씨 일가에 대한 세금 탈루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퇴씨 일가에 대한 국세청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 하야 정국을 활짝 연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일가(一家) 재산 형성과정에서의 탈세 등 불법여부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검찰 수사 중이지만, 아직까지는 최순실 일가의 재산 문제로까지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지는 못한 형국. 이에 따라 국세청의 역할에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최순실 일가, 재산은 얼마?
국정농단을 뛰어 넘어 기업들의 팔목을 비틀어가며 축재(蓄財)를 한 정황은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난 상태다. 이 때문에 최순실 일가의 재산 보유 현황을 파악해 즉각 환수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
다만 현행 법 체계상으로는 그들의 재산을 환수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치권이 나서 그들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는 특별법을 발의하겠다는 이유가 다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시작, 최태민-최순실(최순득)로 이어지며 쌓은 그들의 재산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도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최순실의 경우 서울 강남 일대 빌딩과 강원도 평창 부동산, 독일 현지 주택 등을 포함해 4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으며 '진짜 비선실세'로 의심받고 있는 그의 언니 최순득이 보유한 재산까지 합치면 3000~4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만이 있을 뿐이다.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의혹은 꽤 오래전부터 흘러나왔고, 국세청도 과거(김대중 정부 시절) 세무조사를 진행했다는 점, 이들이 과거 증여세를 탈루한 정황이 포착되는 한편 종합부동산세 추징과 관련한 조세불복을 진행했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들의 재산 형성 및 보유 과정에서 탈세혐의가 존재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 어디까지 들춰봤을까
대부분의 국민들이 어떻게든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를 엄단히기를 바라는 상황에서 국세청의 향후 행보는 자연스레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뇌물 관련 범죄나 횡령, 배임 등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이에 따른 재산 몰수가 가능하지만 각종 탈루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세청에 의한 세금추징이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31일 임환수 국세청장은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최순실씨 일가의 법인 운영이나 재산 취득 과정에서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지 보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세금 탈루 사실이 확인되면 국민이 걱정하지 않게 세법에 따라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장 임'환수' 최순실 일가 재산 '환수' 성공할까' = 최순실 일가에 대한 탈루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국세청. 검찰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정황이 밝혀지면 국세청은 본격적인 추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임 국세청장이 밝힌대로 국세청은 현재 최씨 일가에 대한 세금 탈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미 상당한 자료를 확보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통상 국세청은 언론보도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수집된 탈세정보에 대해 세무조사 착수 전 검증을 진행한다. 본청 조사국이 중심축이 되어 국세청 전산시스템에 입력되어 관리되고 있는 각종 세금신고 자료 및 탈세제보, 자체적으로 수집한 탈세정보 등을 총망라한 '검토자료'를 만드는 것이다.
이 검토자료를 토대로 보다 구체화된 탈세혐의를 추출하고 조사의 포인트를 잡은 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하면, 지방청 또는 관할 세무서 조사담당부서에서 세무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이명박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스캔들로 비화됐던 국세청의 '이명박 내사보고서'도 같은 맥락에서 작성된 것으로, 국세청이 절차에 따라 '일'을 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였다.
특히 최순실 일가의 재산이 독일 등 국외로 상당부분 빠져나간 정황이 있다는 점에서, 국세청도 현지에 조사요원들을 파견해 꼬리를 밟아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들도 들린다.
다만 표면적으로 국세청은 독자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국세청이 치고 나갈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국세청의 역할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상황에서 국세청은 최순실 일가에 대한 납세내역 등 관련자료 분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단 '총알'을 잔뜩 쌓아놓고 때가 되면 전격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방침인 셈이다.
세금추징 쉽지 않아…'걸림돌' 제거 가능할까
그러나 안팎에서는 국세청의 세금추징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부과제척기간 규정 등 국세청의 추징에도 걸림돌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과체척기간은 국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일정한 법정기간을 의미한다.
상속·증여세는 일반적인 경우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때로부터 10년(부정한 방법에 의하면 15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되며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기타 다른 세목의 경우 일반적인 제척기간은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때로부터 5년(최대 10년)이다.
즉 제척기간이 지나버린 부분은 국세청이 아무리 탐이나도(?) 손댈 수 없다는 이야기.
최태민으로부터 재산증식이 이어져 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국세청이 추징할 수 있는 세금은 명백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부랴부랴 특별법 발의에 나서고 있다. 최근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이른바 '최순실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고 최씨 일가의 탈세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아울러 독일 등 해외로 빼돌린 재산을 추적하고 이에 따른 세금을 추징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독일은 국제 공조가 잘 되지 않을 뿐더러, 독일에 부동산 등 재산이 있다고 한들 독일 정부의 협조없이는 강제로 추징할 수는 없기 때문.
자의적인 매각 후 돈을 국내로 다시 가지고 올 경우 몰수 또는 세금추징이 가능하지만 본인이 매각 의지가 없으면 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최근 국세청이 최순실 일가와 관련한 납세자료와 재산자료 조회를 차단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혹에 대해 국세청은 사전 승인을 추가했을 뿐 이라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재산자료는 원래 사전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으며 납세자료의 경우 열람이 가능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무분별한 열람이 되지 않도록 최씨 일가의 경우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다. 과거에도 이 같은 조치는 행해진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세청은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및 친인척 재산 관련 전산자료를 무단 조회, '정치공작'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당시 전산조회는 이명박 내사보고서 작성을 위한 차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