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최근 해킹 같은 불법행위의 대가로 디지털통화를 요구하거나 유사 디지털통화 투자로 고수익이 가능하다고 현혹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디지털통화를 더 이상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할 수 없다는 의견이 강력하게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위원회는 17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관계자와 학계·법률 전문가가 참여한 테스크포스(T/F)팀이 출범해 이날 오후 '디지털통화 제도화'를 테마로 제1차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디지털통화 관련 불법행위 차단 및 건전·투명한 거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 취지로 설명됐다.
TF팀은 이날 회의에서 앞으로 디지털통화의 법적 정의, 거래소 등록제, 자금세탁방지, 외환규제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이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디지털통화란= '가상화폐 (Virtual currency)' '암호화화폐 (Crypto-currency)'란 다른 용어로 불리기도 하는 '디지털통화 (digital currency)'는 거래 매개체 또는 가치저장 수단으로 사용되는 디지털 단위를 뜻한다.
① 금전적 가치가 전자적 형태로 저장 ②경우에 따라 화폐를 대신해 활용 ③중앙은행, 금융기관 같은 공인기관이 발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비트코인 (Bitcoin=2009년 1월 Satoshi Nakamoto가 개발한 글로벌 디지털 가상화폐, 전체 디지털통화 시가총액 가운데 90% 비중 차지)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이외 Ethereum, Litecoin 등 유사한 방식의 디지털 통화가 다수 개발됐다. 전 세계적으로 약 700개가 유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화 배경은= 이처럼 다양한 디지털통화가 출현하고 거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미국·일본 등에서 제도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중 거래규모가 큰 상위 3개사의 2015년 1월~2016년 10월 거래량이 1조 506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대비 올해 중 월평균 거래량은 6%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가 이의 제도화를 희망하고 있다고 금융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디지털통화가 자금세탁, 탈세, 마약·무기밀매 같은 불법거래에 악용하거나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점을 노려 유사수신 등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국내외에서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마약, 총기를 밀거래한 실크로드 사이트가 2013년 10월 폐쇄됐다. 국내에서는 올해 7월 유사 디지털통화를 발행해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370억원대 자금을 편취한 사례가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따라서 디지털통화를 악용·빙자한 각종 불법행위를 차단하는 한편 디지털통화의 건전하고 투명한 거래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해외 규제사례는= 미국은 각 개별 기관이 관련 규제 적용여부를 검토·시행 중이다. 금융범죄단속반 (FinCEN)은 2013년 3월 가상화폐 중개업자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했다. 뉴욕주의 경우 가상화폐 관련 사업자에 대한 비트라이선스 (BitLicense) 의무화 조치를 2015년 6월에 취했다.
일본은 자금결제법에 가상통화 개념을 정의하고 가상통화 교환업자 등록을 의무화 (2016년5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 (EU)의 경우 디지털통화 거래 모니터링을 위한 TF구성 결의안을 EU집행위원회 제출했다. 올해 5월의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