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공 → 비닐장갑 → 릴레이·필름통 추첨' 추첨 방식 진화
서울·세종·충북 첫 온라인 추첨…사립 빠진 '반쪽 운영' 한계도
2017학년도 유치원 원아모집이 전국 공·사립 유치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교육비가 비교적 저렴하면서 수가 부족한 공립유치원을 중심으로 원아모집 추첨경쟁은 올해도 변함없이 치열할 전망이다.
◆…유치원 추첨.
서울과 세종, 충북 등 일부 지역에선 학부모 불편과 유치원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한 온라인 추첨이 도입돼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으나, 사립유치원들의 동참을 끌어내지 못해 '반쪽 운영'이라는 한계를 드러냈다.
509개 공사립 유치원이 일제히 원아모집을 시작한 충청남도에서는 천안과 아산의 신도시 지역 내 유치원의 인기가 유독 높았다.
최근 어린이를 모집한 천안 도솔유치원은 3세반 12대 1, 4세반 1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신도시 지역에 문을 연 국립 유치원인 버들유치원은 15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교육청은 예상하고 있다.
경기 성남의 공립 산운유치원 4세반의 경우에는 4명 모집에 65명이 지원해 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에서 교육열이 높은 지역으로 분류되는 송도국제도시에 올해 9월 문을 연 한 공립유치원에도 만3∼5세 108명 모집에 927명이 몰려 평균 8.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12일 추첨 방식으로 80명의 원아를 모집한 인천 연수구의 한 사립유치원에도 16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추첨 방식도 매년 진화하고 있다.
과거 상자에 있는 탁구공 색깔로 당첨과 탈락을 결정해오던 일부 유치원은 "색깔에 따라 공 표면의 감촉이 미묘하게 달라 부정행위가 가능하다"는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비닐장갑을 동원하기도 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릴레이, 필름통 추첨 방식까지 등장했다.
릴레이 방식이란 처음에 유치원 교사 등 '대표'가 상자 안에 든 당첨번호가 적힌 공이나 쪽지를 선택해 첫 번째 당첨자를 선발하면, 그 당첨자가 다음 당첨번호를 뽑고 두 번째 당첨자가 세 번째 당첨번호를 뽑는 식으로 진행해 부정행위 논란을 아예 차단하는 방식이다.
충남 천안 등 일부 지역에서는 탁구공 추첨이 아닌 필름통 추천 방식을 선호한다.
과거 필름 카메라에서 사용하던 불투명의 검정 필름통 안에 당첨 혹은 비당첨이라는 쪽지를 넣어 유치원 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공의 재질이 다르다거나 색깔구분이 가능하다는 등의 논란을 원천 봉쇄하자는 취지다.
김모(47·여)씨는 "직장에 다니는 여동생을 대신해 조카의 유치원 추첨을 위해 수원에서 인천까지 갔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올해부터 온라인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도입한 서울, 세종, 충북교육청 내 국공립 유치원은 온라인으로 추첨을 진행해 학부모들로부터 "편리해졌다"는 호응을 얻고 있다.
충북도교육청 유초등교육과 이명희 장학관은 "학부모들이 생각보다 쉽게 시스템에 접근했고, '좋고 편리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유치원들도 업무 경감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처음학교로'에 참여한 사립유치원이 서울 17곳, 충북 2곳 등에 그쳐 사립유치원들의 동참을 끌어내지 못한 '반쪽 운영'이라는 한계도 드러났다.
매년 되풀이되는 유치원 원아모집 경쟁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국공립 유치원 수를 늘려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도 해묵은 과제다.
교육부는 유치원 원아모집 온라인 추첨에 사립유치원 참여도를 높이고 적용 시·도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