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슈퍼국조 '제2의 노무현' 나올까?

◆…국회는 지난 17일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계획서'를 표결 처리했다.  

역대 국조 중 조사권한 최대…朴 대통령 불러낼 수도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인데도 불구,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헌정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로 평가되고 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국회가 본격적인 진상규명에 나선다.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계획서'가 통과되면서 함께 가결된 '최순실 특검법'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피의자'가 된 사태를 조사하는 이번 국조는 이전 국조 때와 달리 조사권한이 크게 강화됐다. 경우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까지 증언대에 세울 수도 있고 필요한 경우 의결을 통해 해당 사건 및 조사 기관을 추가 선택할 수 있다.
 
이에 벌써부터 1988년 '5공 청문회', 1997년 '한보 청문회'를 뛰어넘을 수 있는 '슈퍼국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역대 청문회보다 많은 대기업 회장들이 줄줄이 국회 증언대에 나오고 TV 실시간 생중계로 국민적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슈퍼국조' 이끌 위원 구성은? = 특히 '여소야대'로 바뀐 20대 국회에서 열리는 첫 국조인 만큼 국조위원들의 각오 역시 대단하다. 뜨거웠던 1988년 '5공 청문회'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해찬 의원, 이상수 전 의원이 '노동위 3인방'으로 불리며  당시 초선의원으로 국민의 공분을 대변하면서 일약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헌정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 사태를 다루는 이번 국조 역시 국조 위원들의 활약상에 따라 진실규명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총 18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국조는 여야 각각 9명의 의원들이 포진되어 있다.

새누리당은 국조 위원장 김성태 의원을 비롯해 이완영(간사)·이만희·이혜훈·장제원·정유섭·추경호 ·황영철·하태경(가나다순) 의원, 야당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간사)·김한정·도종환·박영선·손혜원·안민석 의원, 국민의당 김경진(간사)·이용주 의원,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에선 윤소하 의원이다.

여당 위원 9명 중 이완영(간사)·이만희·정유섭·추경호 의원은 친박계로 이들은 피의자 신세인 박 대통령의 '방패막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 국조 진행과정에서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 친박 부대 '대통령 방패막이' 역할 전망 = 특히 이 간사는 지난 세월호 국조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유가족들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유가족들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등 막말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지역구가 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으로 사드 성주 배치로 논란이 있을 당시 성주 주민들의 격한 반대에도 "성주지역 내에서 안고 가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초선인 추경호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낳은 스타 관료 중 한 명으로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옛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을 물려받은 '진박'이다.

김성태 위원장을 비롯한 나머지 위원들은 비박 성향이다. 이들은 현재 이정현 지도부 사퇴를 촉구하고 박 대통령의 탈당과 탄핵을 압박하고 있는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혜훈, 황영철, 하태경 의원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을 매섭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국정농단 '공범'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는 만큼 이들이 얼마나 진실규명에 다가갈지가 '반성'의 진정성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 대통령 탄핵 외친 비박, 국정농단 얼마나 파헤칠까? = 이혜훈 의원(3선, 서울 서초구갑)의 경우 '원조 친박'으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대변인이었지만 문고리 권력에 대한 쓴 소리를 하다가 '탈박'이 됐다.

이후 19대 총선 공천탈락을 겪었고 20대 총선에서도 '진박' 조윤선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치열한 경선을 벌여 가까스로 승리했다.

이 의원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검찰조사에서 한 단계 더 나가야 하지 않겠나. 검찰 수사결과를 재탕하면 국민들이 얼마나 답답하시겠나"라고 의지를 다졌다. 그는 "문제는 국조에 강제조사권이나 압수수색이 없어 자료 찾기가 힘들다"며 "국민들께서 아시는 분들은 국조위원들에게 제보를 많이 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이완영 간사와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서 이 간사가 출석 및 자료제출 거부금지 조항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하자 "여당 간사가 여당 위원들 의견을 무시하고 개인의견을 계속 고집하고 있어 정말 곤란하다"며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여당 간사라는 분이 국조를 하러 온 게 아니라 막으러 온 거 같다"며 "앞으로 무력화시키면 원내지도부에 간사 교체를 요구할 생각"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황영철 의원(3선 강원 홍천군철원군화천군양구군인제군)은 당내 '소장파'로 현재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 특위 위원이기도 하다. 최씨의 조카인 장시호가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이권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한 국조 관계자는 "여당에서는 이혜훈 의원이 오랫동안 문고리 권력을 비판하고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봤으니 활약이 기대된다"면서도 "하지만 비박들이 지금 박 대통령 탈당, 탄핵을 외치는데 그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진실규명에 앞장서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野 국조위원, '어벤져스급' 라인업 = 야당 국조위원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어벤져스급'이다.

과거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부속실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의원들과 이번 국정농단 사태 시작을 알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의원들, 검사 출신 등으로 구성됐다. 

더민주 간사인 박범계 의원(재선.대전 서구을)은 판사출신으로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2비서관과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이기도 한 박 의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수사를 압박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천막농성을 주도하고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와 검찰의 '봐주기 수사' 등을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정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낸 김한정 의원(초선.경기 남양주시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 총재이던 당시 공보비서를 시작으로 정계에 입문, 김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수행을 맡기도 했다. 김 의원은 문고리 권력의 핵심인 부속실장을 지낸 만큼 '문고리 3인방(정호성·이재만·안봉근)'에 대한 조사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 '최순실 저격수' 안민석, "끝까지 쫓겠다" =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으로 역사에 기록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위원들도 대거 합세했다. 야당 간사인 도종환 의원과 당 홍보위원장인 손혜원 의원, 처음으로 최씨의 딸 정유라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과 이화여대의 특혜 의혹을 파헤친 안민석 의원이다.

특히 안 의원(4선.경기 오산시)은 이미 지난 2014년 4월 처음으로 최씨 일가의 국정농단을 폭로했다. 당시 "박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불리는 정윤회씨의 딸의 승마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있으며, 마사회 훈련장 마방을 사용하는 특혜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의원은 정유라의 이대 특혜의혹은 물론 ▲장시호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횡과 평창올림픽 이권개입 의혹 ▲박 대통령의 대포폰 사용 의혹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의 스위스 은행 돈세탁 의혹 등을 줄줄이 폭로했으며 내용 대부분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와 최씨 일가! 끝까지 쫓겠다"는 각오를 나타냈다.

교문위 간사인 도종환 의원(재선.충북 청주시흥덕구)은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 파문을 제기한 바 있다.

손혜원 의원(초선, 서울 마포구을)은 '차은택 킬러'로 주목받고 있다. 당 홍보위원장인 그는 정치 입문 전, 광고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브랜드 전문가'다. 손 의원은 광고계의 인맥을 활용해 차은택의 전횡과 광고 계열사 지분 강탈 등을 파헤칠 것으로 예상된다. 

□ '한 칼' 품은 킬러들 즐비 = 재벌개혁과 삼성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섰던 박영선 의원(4선, 서울 구로구을) 역시 최씨 일가와 삼성 간의 관계 등 '정경유착'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이 최씨 모녀에게 돈을 전달한 이후, 당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공단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큰 의미가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의사를 밝혀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 뇌물수수 의혹에 휩싸여 있다.

국민의당 김경진 간사와 이용주 의원은 검사 출신.

검찰의 '봐주기', '짜맞추기' 수사 논란과 기업 기금 모금 강제성 등에 대한 박 대통령과 최씨 일가, 기업 등에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문제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의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의문의 7시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 22일 당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해양경찰청 상황실과 청와대 상황실 간의 핫라인 통화 녹취록, 상황보고 등을 보면 청와대의 해명에 대한 의혹만 더 커지고 있다"며 "진실하지 않은 해명은 국민의 분노를 더욱 크게 할 뿐이라는 것을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야당 국조 관계자는 "워낙 방대한 사건이고 자료가 많다보니 다각도로 파고 있다"며 "현재 누가 뭘 맡고 하는 식의 팀플은 아니지만 의원들 각자 자기 분야가 있고 각 당에서 정말 '잘 할'사람들, 정예 멤버를 추려 구성한 것이니 국조가 진행될수록 자기 색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