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이 잇따라 인적분할 방식으로 지주회사 전환에 나서고 있다.
지난 22일 하루 동안 오리온과 매일유업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결정 공시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15일 현대중공업도 4개 회사로 인적분할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오리온은 존속회사인 오리온홀딩스와 신설회사인 오리온으로 분할하며, 오리온홀딩스에 자사주를 배정해 신설되는 오리온의 분할 신주 12.1%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은 존속회사인 매일홀딩스와 신설회사인 매일유업으로 분할하며, 매일홀딩스에 자사주를 배정하고 신설되는 매일유업의 분할 신주 7.2%를 확보하는 방식을 취했다.
현대중공업은 존속회사인 현대중공업,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 현대건설기계로 분할한다. 현대로보틱스에 자사주가 배정되고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에너지, 현대건설기계의 분할 신주를 각각 13.4% 확보한 상태다.
기업 분할은 통상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두 가지로 나뉜다. 인적분할은 기존(분할)회사의 주주들이 보유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인적분할은 분할대가로 지급되는 주식 소유권을 기존의 회사가 아닌 개별 주주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인적분할은 합병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방식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없어 기업들이 자금 부담을 줄이는 측면에서 선호된다. 또 상장사의 경우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많은 주주들을 설득하기에도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이처럼 기업들이 인적 분할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3일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적분할시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인적 분할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주사 설립목적의 인적분할시 자기주식 처분을 강제하는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자기주식에 대해 분할신주를 배정하는 것에 양도소득세를 적용하는 법인세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사가 분할할 경우 분할회사의 자기주식에 대해 분할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법안의 기본 논리는 자사주 매입은 회사의 재원(주주의 공동 재원)을 통한 매입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지배력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개정안들이 통과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지주사를 설립하기 위해 기업들은 인적 분할을 할 때 자사주를 지주회사에 배정, 자사주만큼의 지배력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지주사로 전환할 니즈가 있는 회사들은 지주사 전환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렇지만 김 애널리스트는 자기주식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시도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자기주식의 취득 본질은 이익배당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재산을 주주에게 반환하는 하나의 방법이며, 또한 주가관리나 경영권 방어목적으로 자기주식이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자기주식 취득과 처분은 국내 상법상 유일한 M&A 수단으로 저비용 고효율의 적대적 M&A나 경영 간섭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기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이즌필, 황금주, 차등의결권 등의 방어수단이 없는 기업들에 대해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사주 보유를 제약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자기주식이 많다고 해서 지주사 설립을 위한 주식 취득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인적분할에 따른 시가총액 증대 현상의 수혜를 받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