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3일 여의도 당사에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즉각 사퇴 공세를 거부하며 "저는 12월 21일에 사퇴할 것"이라고 '버티기'를 이어갔다.
전날까지만 해도 즉각 사퇴를 숙고해보겠다고 한 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던 이 대표가 하루 만에 다시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특히 그는 이날 앞서 김무성 전 대표는 이정현 지도부 즉각 사퇴를 거듭 압박한 것을 의식한 듯 "아무 대안도 없이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정말 당을 나갈 생각이 없고, 제2창당을 해서 새로운 모습으로 심판받을 각오가 돼 있다면 사퇴하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사퇴 후에 어떻게 쇄신할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식물대표 같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은 합법적으로 당원들이 뽑아준 당 대표"라며 "이 기간에 당 개혁안에 대해서 제시하는 게 진짜 책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확실하게 물러난다. 물러나는 것도 오래 걸리지 않으며, 한 달 이내로 나간다"며 "다만 지도부가 무작정 물러난 이후에 공백 상태에서 키를 잃고 표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당내 3선 이상 의원 대부분은 계파 오염치가 기준치를 상당히 넘은 사람들이 많다"며 계파 대립을 중단하고 당의 화합과 단합을 촉구했다.
그는 "33년 동안 당에 있으면서 이명박 정부 때 친이계의 행태를 봤고 박근혜 정부에서 친박계의 행태를 봤고 그 전에 민정계·민주계들이 하는 행태를 지켜봐왔다"며 "제발 서로가 서로에게 돌을 던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 당에 들어오기 20년 전에 들어온 사람으로서 한번도 '박근혜계'라는 걸 부인하지 않고 당당하게 얘기했지만, 파벌의 한쪽에 서서 당이 막 망가지기까지 한 부분에선 자괴를 해왔다"고 호소했다.
이는 결국 국정농단 사태에 친박이든 비박이든 모두 '공범'이기에 서로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뜻으로 비박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도 공범'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자신의 대표직 유지 명분으로 삼는 것이다.
또 "만일의 경우에 현 지도부가 비대위 구성을 의결해 놓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에 대해 "평생 가져왔던 꿈을 포기하는 선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그분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저로서는 억장이 무너진다"며 "당 대표로서 책임이 없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많이 무겁다"고 말했다.
또 김 전 대표가 개헌추진을 강조한 것에 대해 "만약 개헌을 해서 분권형 대통령제가 된다고 하면 김 전 대표가 머지않아 국가를 위해 큰일을 할 기회들이 더 있지 않겠나 싶다"며 "제가 정치하는 내내 두발 나아가 다섯 발씩 앞서간 선배이기 때문에 하늘의 뜻에 따라 앞으로도 좋은 일들이 많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