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최재경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일 검찰이 국정농단 사태 수사와 관련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하자 23일 최 수석은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 청와대)
◈ 朴 대통령 '피의자' 입건 책임…문재인 "총리, 다른 장관도 사임해야"
김현웅 법무장관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야당은 "당연한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검찰수사와 즉각 퇴진을 거듭 압박했다.
앞서 정연국 대변인은 23일 취재진에 문자를 보내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통령의 수용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과 최 민정수석은 지난 20일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등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날 "김 장관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직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21일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지난 21일 박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의 표명에 대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전국 최초로 동맹휴업을 결의한 숙명여대 학생들과 만난 뒤 기자들을 만나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법무장관은 검찰을 책임지는 주무장관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을 부정하고 나섰기 때문에 사임하는 게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무총리와 다른 장관들도 임명은 대통령에 의해 됐지만 대통령 한사람에게 충성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국민 전체 위해 봉사하는 그런 직위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총리와 다른 장관들도 박 대통령에게 사임을 요구하고, 그 사임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자신들이 이렇게 사퇴하는 방식으로 국민 민심에 부응해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더민주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김 장관과 최 수석의 사의 표명에 대해 "검찰 수사를 수용하라는 압박"이라며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이 피의자가 되어 검찰과 다투는 참상 앞에서 법무부 장관이 어떻게 법치를 바로 세울 것이며, 민정수석이 어떻게 검찰을 지휘할 수 있겠는가"라며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과 안보에 이어 법치마저 진공상태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다. 국정이 붕괴되고, 안보가 흔들리고, 법치마저 무너지고 있다"고 힐난했다.
이어 "이 모든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검찰 수사에 대해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평했다"며 "이러한 청와대의 입장이 오죽 황당하면 오늘 한 현직 평검사는 박 대통령을 체포하여 강제수사하라는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과 최 수석의 사표 수리 여부는 우리 국민의 관심사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이 사법당국의 조사 요구에 응하는지에 관심이 있을 뿐"이라며 "박 대통령이 나라와 국민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있다면, 대통령의 신분에서 벗어나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양순필 부대변인은 "사퇴할 사람은 법무장관이나 민정수석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일갈했다.
양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 논평을 통해 "검찰이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책임은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이 아니라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사람이 자의로 사표를 냈든 사퇴를 강요받았든 검찰 흔들기 일환으로 이들의 동반 사퇴가 추진됐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며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을 구속기소한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이들과 공동정범인 피의자로 규정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가 된 참혹한 현실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할 사람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수사 거부에 이어 법무장관과 민정수석의 사퇴로 검찰을 흔들려 한다면 더 큰 국민적 저항을 부를 뿐"이라며 거듭 박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했다.
◈ 靑 '제2 프로포폴' 구매 논란에 "응급용, 자극적 보도 심해"
청와대가 대량 구입한 의약품이 거듭 논란이 되고 있다.
23일 '에토미데이트리푸로주'(이하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 '프로포폴'의 대용으로 쓰인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는 응급용 약품이라고 해명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에서 "청와대가 구매한 의약품 가운데 '제2의 프로포폴'이라고 일부 언론이 보도하는 '에토미데이트'는 전혀 프로포폴과 같은 성분이 아니다"라며 "응급 상황에서 신속한 기관 삽관을 위한 근육 진정제로 의무실장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의약품"이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와 팔팔정을 대량 구매한 것과 관련해 "비아그라 50mg 60정은 고산병 예방용이자 치료용으로 산 것"이라며 "혈관 확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하루 3차례 1정씩 4∼5일간 복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팔팔정 300정은 비아그라가 비싸 복제품으로 구입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청와대는 고산병 약인 아세타졸라마이드, 일명 다이아막스도 (지난해 4월) 남미 순방과 (올 5월) 아프리카 순방 때 가져가 경호원 등에 지급했다"며 "남미 순방 때 아세타졸라마이드만 가져가 수행원들이 고산병으로 고생을 많이 해 아프리카 순방 땐 고산병 예방용이자 치료용인 비아그라를 같이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청와대 의약품 구입 자료에 대해서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의혹이 계속되고 있어서 의무실장에게 물어서 확인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너무도 엉뚱하고 자극적인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심해도 너무 심하다"며 "자중을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전날(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의약품 구입 내역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2014년 11월 에토미데이트 10㎜ 용량 20개를 구입했으며 지난해 12월엔 비아그라 60정, 팔팔정 304정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청와대가 제약업체 녹십자에서 최근 2년간 태반주사, 감초주사, 마늘주사 등을 2천만원 어치나 사들였다.
구입 당사자는 '대통령실' 또는 '대통령경호실'이었고 가격은 총 2026만9000원이었다.
청와대가 구입한 약품 중에는 일명 태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주, 감초주사로 불리는 히시파겐씨주, 마늘주사로 불리는 푸르설타민주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